독주하던 현대·기아차, 세타2엔진 리콜로 휘청…마이너3사는 신차 중량감 떨어져

국내 자동차시장이 ‘대(大) 혼돈기’를 맞았다. 내수시장 독주체제를 굳히던 현대·기아자동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17만대에 달하는 리콜조처를 발표한 탓에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주력차종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르노삼성차와 한국GM, 쌍용차는 신차 중량감이 떨어지면서 추격 동력이 약화됐다. 이 탓에 국내완성차 5개사 모두 ‘미세 먼지’급 변수에도 판매량이 휘청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터질 게 터진’ 현대·기아차, 신차 인기에 찬물

현대·기아자동차 올해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이 발견된 차량 약 17만대를 리콜(시정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리콜 비용도 문제지만 품질 논란이 신차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게 사측 고민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현대·기아차 리콜 대상 차량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이다. 대상은 그랜저(HG) 11만2670대, 쏘나타(YF) 6092대, K7(VG) 3만4153대, K5(TF) 1만3032대, 스포티지(SL) 5401대 등 17만1348대다.

3년 전 생산된 구형 차종이 리콜대상이지만 소비자 불신은 현대차가 생산하는 엔진 전반으로 번졌다. 이 탓에 리콜대상에서 벗어난 신형 세타2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IG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랜저IG는 트림별로 람다2 3.0GDI와 8단 자동변속기, R2.2e-VGT 8단 자동+ISG, 세타2 개선 2.4GDI 차세대 6단 자동변속기 등 3가지 종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IG 출시 당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세타2 엔진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25일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신형 ‘그랜저IG’를 출시 전 언론 사전 설명회를 갖고 결함 논란이 있었던 세타2 엔진에 대해 “미국에서 생산된 2011~2012년도 차량이 문제가 있었다. 공장 청정도 관련 사항이며 그랜저IG에 적용되는 세타2 엔진은 국내 아산·화성 공장에서 청정도 100% 관리 하에 생산돼서 문제가 없고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현대차 리콜계획서에 따르면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은 크랭크 샤프트라는 엔진 부품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2013년 8월 이후에는 현대차가 엔진 이물질을 씻어내는 공정을 보완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국내 리콜 역시 생산공정의 청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증거가 있는지를 별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장 다음 달 판매량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선 영업소에 번지고 있다.

10일 경기도 한 현대차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아무리 (리콜 대상차종과) 같은 차가 아니라고 해명해도 소비자들이 믿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특히 고급차종에 경우 먼지만한 하자에도 소비자가 계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계약취소까지 발생하진 않았지만 계약 보류자들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 마이너 3사 ‘쫓고는 싶은데…’, 독주 가능한 신차 無

현대·기아차에 닥친 품질악재에 마이너3사가 웃을 처지도 못된다. 추격하고 싶어도 당장 판매에 힘을 붙일 신차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르노삼성과 한국GM 역시 같은 품질논란에 휘말린 탓에 ‘집안 단속’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르노삼성은 중형세단 SM6가 지난 7일 커튼에어백 인플레이터 제조 불량으로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조처 됐다. 대상은 지난해 9월20일부터 9월30일, 10월20일부터 11월2일까지 제작된 SM6 가솔린, 가솔린 터보, LPG, 디젤 등이다. 리콜 규모는 4300대다.

SM6가 품질논란에 휩싸인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SM6는 지난달 가속·브레이크 페달 플라스틱 커버 고정력 부족 등으로 9만 여대가 리콜된 바 있다. 두 달 만에 주행안전성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브레이크와 에어백 두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GM은 야심차게 출시한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가 출시초반 품질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이미 추격동력이 상쇄됐다. 크루즈에 장착되는 일본 타카타사 에어백이 문제를 일으킨 게 문제가 됐는데, 이 탓에 차량 고객 인도 시점이 한 달 이상 늦어졌다. 신차효과를 누리는 기간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쌍용차가 품질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다만 긴장을 늦출 상황도 아니다. 티볼리가 월 5000대 이상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지만, 현대차가 상반기 중 같은 체급에 코나라는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하반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내달 G4 렉스턴 출시를 통해 판매량을 회복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부문 강자인 기아차 모하비를 뛰어넘는 게 숙제다.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시장 판도가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 됐다고 분석한다. 중량감이 있는 신차를 내놨던 현대·기아차는 세타2 엔진논란으로 판매 제동이 걸렸고, 마이너 3사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즉, 각사 모두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인지라 상·하반기 작은 변수에도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사가 독자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졌다. 소비자 선택지가 많아진 상황이라 품질문제가 불거지면 아무리 좋은 신차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자동차사가 초심을 찾아야 한다. 작은 논란에도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마케팅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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