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까지 판매량 1291대…생산 대기수요 1000대 넘어
현대자동차가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지연으로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산 대기 수요만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자동차 판매 일선은 지난 2월 이후 계약자부터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고 일정을 확정해주지 못하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고 대기기간을 기본 5개월로 잡고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본격적으로 출고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출고 대기기간을 2개월여로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 출고 대기기간이 3배 가까이 길어진 셈이다. 현대차 내부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이월된 지난해 생산 물량과 3월 계약 물량을 포함하면 생산 대기수요는 100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이오닉 일렉트릭 계약 이탈도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임아무개씨는 “월평균 450대가량인 차량의 출고가 5개월을 넘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면서 “9월 출고도 확신할 수 없다는 말에 계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고객 출고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생산 차질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현대차가 결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장착하는 28㎾h 리튬이온 배터리를 LG화학으로부터 납품받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현대차를 전기차용 배터리 우선 공급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우선 공급 대상자를 현대차가 아닌 독일 완성체 업체로 상정해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5개월이라는 대기기간은 배터리 생산업체가 배터리 생산 주문을 받은 이후 원재료인 코발트, 리튬 등을 수급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과 거의 일치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생산 수요를 감안해 배터리 물량을 우선 주문해 쌓아 두는 것도 현대차엔 부담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물량 확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요를 뛰어넘는 물량을 주문해 저장해 둘 경우 발생할 자연 방전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생산 이후 사용 여하와 관계없이 수명이 단축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품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수직계열화로 부품을 납품 받았던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로선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현대차가 차량 공유(카셰어링) 등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출고 지연의 핵심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몰리고 있음에도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면서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같은 외부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생산 능력 자체를 마냥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