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1분기 실적개선세 뚜렷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그룹 총수가 뒤로 빠지고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총괄하자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9조9000억 원, LG전자는 9215억 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두 회사는 사이좋게 역대 2번째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오너가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총괄하면서 실적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LG전자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선전했다. 1분기가 가전 비수기이고 TV 패널 가격이 오름세였다. 이에 가전사업 부문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고 스마트폰 사업부도 적자폭을 줄인 것이 돋보였다.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LG전자가 ‘조성진 매직’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한다. 올해 임원인사에서 ‘세탁기 박사’ 조성진 부회장이 단독 최고경영자(CEO)로 등판한 이래 사업부 전체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성진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회사 체질과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며 “가전 분야에서 조 부회장의 성공 유전자가 LG전자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다면 수익성 호조세는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진 부회장은 올해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전자 전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사업본부 사장이었다. 구본준 당시 LG전자 부회장은 ㈜LG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LG전자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니 이 조직개편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에 휘말려 자리를 비운 이후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이사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유일한 부회장 직함을 가진 권오현 대표이사가 맏형노릇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30대 기업 등기이사 중 연봉 순위 5위에 올랐는데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독보적 1위다. 권오현 부회장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삼성 반도체의 산증인이다. 삼성전자가 10조원에 가까운 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반도체 사업 공이 컸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문경영인의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이상적인 역할 분배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너들은 뒤로 빠져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전문경영인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호실적을 견인한 비결이라는 뜻이다. 특히 조성진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은 각 사 주력분야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인물인데다 조직에 대한 이해가 깊어 전문경영인으로서 이상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실무에 강하고 무한경쟁 상태에 놓인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는 것이 맞다”며 “다만 오너도 총괄하는 위치에서 그룹 전체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사조직 전문가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는 각 사업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융합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