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단 건너 뛰고 승부수…생산성 30%·속도 2배 높아
SK하이닉스가 72단짜리 TLC(Triple Level Cell) 3D(적층형)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D램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는 3D 낸드 시장에서도 기술 선도 역량을 확보했다. .
3D 낸드는 같은 면적에서 낸드 플래시 제품의 용량을 높이기 위해 수직으로 셀을 쌓는 기술을 뜻한다. 수직으로 층이 있다고 해서 3차원(3D)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력을 차단해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반도체로 삼성전자가 시장 1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플래시를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도시바에 이어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5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D램은 전력을 차단하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대신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른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도시바가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이상 순위 역전도 가능하다. 도시바는 미국 에너지 기업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가 원전사업에서 적자를 떠안고 2015년 회계 분식 사건까지 터지면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이미 2조 2000억원을 투입해 충청북도 청주에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셀 적층 기술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미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양산하고 있는 3D낸드는 48단으로 도시바의 32단보다 촘촘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양산한 48단 공급을 확대하고 올해 1분기부터 64단 제품을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도 72단 적층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 선도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64단 공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승부를 걸었다. 72단 칩은 올해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개발된 256기가비트(Gb) 3D낸드는 칩 하나로 256기가바이트(GB)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크고 성능이 좋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에 대해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 48단 제품보다 생산성을 30% 향상했다”면서 “칩 내부에 고속 회로 설계를 적용해 칩 내부 동작 속도를 2배 높이고 읽기와 쓰기 성능을 20% 가량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SSD(Solid State Drive)와 모바일 기기용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SSD는 서버나 개인용 컴퓨터에 탑재돼 정보를 저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3D 낸드는 모바일 수요가 늘면서 각광 받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서버용 수요 또한 폭증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올해 465억 달러에서 2021년에는 5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호 SK하이닉스 마케팅본부장은 “현존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3D 낸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함으로써 전 세계 고객에게 최적의 스토리지(Storage)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SSD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으로 솔루션 제품 전개를 확대해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