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계약 이후 출고까지 최소 5개월…제조사도 방법 없어

환경부가 전기차 출고 지연에 따라 올해 개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을 재차 변경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올해 신설한 보조금을 신청한 이후 2개월 이내 차량 인도 시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적용 3개월 만에 완화했다. 전기차 구매 수요가 몰리고 있는 한국GM 볼트EV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고가 계획보다 5개월 넘게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달 출시한 볼트EV의 고객 인도일은 경우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밀려났다. 앞서 한국GM이 볼트EV 고객 인도일을 4월 말로 지정한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차량 인도 대기기간이 최소 5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초기 아이오닉 일렉트릭 고객 인도 대기기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길어졌다. 

 

현대자동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 사진 = 현대자동차
◇ 환경부, 출고 지연에 보조금 신청 규정 완화

이에 환경부는 올해 신설한 보조금 신청 이후 2개월 이내에 차량을 인도받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제조사로부터 해당 신청자의 출고 예정일을 제출받아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에 활용한다는 안을 31일 신설했다. 현재로썬 보조금 신청을 해도 차량이 출고되지 않아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 질 수밖에 없게 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추첨으로 선정하자 중복 신청과 허위 신청이 증가해 집행 실적 저조가 극심했다며 이를 완화하고자 올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는데 완성차 업체의 출고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면서 “출고지연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정을 다시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경부가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한다고 해도 완성차 업체의 생산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데 있다. 환경부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공급지연이 예상되는 경우 동일 차종 신청자 간 순번은 유지하고 신규 신청 접수는 공급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공급이 빨라져야 하는 셈이다.

출고 지연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신청 속도와 달리 보조금 집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현황. / 표 = 환경부
이에 출고일을 모르면 전기차 구매 예정자라고 하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소진되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실제로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 1월 25일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후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줄고 있다. 전기차 보급 사업에 나선 101개 지자체 중 46곳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신청 접수가 마감됐다.

◇ 전기차 출고 지연 완화 방법 없어

다만 한국GM과 현대차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공급지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국GM은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한 볼트EV를 수입해 오는 탓에 물량 확보 시기를 조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현대차 의지와 관계없이 차량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한 내부관계자는 “현대차는 LG화학으로부터 아이오닉 일렉트릭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데 LG화학에서 현대차를 우선 공급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고 있어 현대차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공급 대기기간인 5개월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가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기차 구매 결정을 유보하는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허아무개씨는 “가까운 곳에 급속 충전기도 있고 주차장에 이동형 충전기를 설치할 여력도 있어 알아봤는데 대기기간이 5개월에 달해 구매를 유보했다”면서 “전시 재고차는 바로 살 수 있다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대구는 이미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마감돼 이대로라면 4779만원을 모두 내고 사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가 1500대에 달했던 대구의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끝났다는 말은 다른 지역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공급 물량이 이미 정해진 만큼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면서 “내년 공급 물량을 늘려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환경부는 기존 신청이나 신규 신청과 관계없이 차량이 나오는 대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후순번으로 조정된 신청자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추경 편성 등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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