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회계법인 재무감사 투입인원·시간 모두 증가…대우조선 사태로 더 강화될 듯
건설업계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회계검토가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이래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로 회계법인들이 인력투입확대 등 회계자료 검토가 과거보다 꼼꼼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회계 업계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안진회계법인이 1년 영업정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재무상태 분석을 위해 외부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투입한 인원은 총 336명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에서 투입한 인원들은 담당이사(업무수행 이사),등록 공인회계사,수습 공인회계사, 자산감사‧세무‧가치평가 등 전문가, 건설계약 등 수주산업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들은 현장감사‧재고자산실사‧금융자산실사‧외부조회(금융거래 조회, 기타 조회)‧지배기구와의 의사소통 등을 진행했다.
주목할 점은 지정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건설사 재무감사에 투입한 인원을 늘린 대목이다. 지난해 회계법인의 총 투입인원은 371명으로 전년(336명) 대비 10.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0개 건설사 중 절반이 넘는 6개 건설사에서 회계감사 투입인원이 증가했다. 그밖에 건설사별 투입인원 변동치는 포스코건설(동일), 대림산업(-1명), 현대엔지니어링(-5명), 현대산업개발(-15명) 등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은 투입인원은 물론 재무감사에 투입하는 시간도 늘렸다. 지난해 회계법인이 10대 건설사 감사에 투입한 시간은 총 9만6568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6만8007시간) 대비 42% 상승한 수치다. 투입인원 증가율을 대폭 상회하는 비율이다. 비교대상 기업 중 8개 업체의 회계감사 투입시간이 늘었다. 이는 회계감사 투입인원이 증가한 기업 수(6개) 대비 높은 수치다. 그밖에 회계감사 투입시간이 감소한 기업은 현대산업개발(-285시간), 현대엔지니어링(-683시간) 등으로 확인된다.
개별기업을 분석하면 대우건설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집중 감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정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회계감사 인원 및 분석시간 증가율은 2년 새 각각 1.34배, 38.57% 증가했다. 각 항목 모두 다른 기업의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앞서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받기 위해 연말부터 안진회계법으로부터 감사일정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각 항목 증가율이 높은 상황이다.
이같이 회계법인이 건설사 회계분석에 투입하는 인원, 시간을 늘린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의 영향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사태 이후 정부는 ‘수주산업 선진화 법’ 등 회계법인이 건설사 재무상태를 엄격히 분석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회계법인도 건설사 분식회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레 회계감사에 가용인력, 투입시간을 늘린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산업 선진화법 등으로 회계공시 내역이 더 늘었다. 이에 비례해 건설사 재무팀도 한층 바빠졌다.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회계정보 제출 등 업무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회계사들의 업무량도 대폭 늘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 회계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자격증을 상실한다. 결국 밥줄이 끊기는 것”이라며 “이에 회계사들도 사후 분식회계 발생으로 ‘트집’을 잡히는 걸 예방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건설사들의) 재무상태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회계법인이 건설사를 대상으로 회계감사 투입인원 증가, 감사시간 확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안진회계법인이 ‘1년 업무정지’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이 안진회계법인의 선례를 통해 더욱 재무감사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회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대우건설 3분기 실적보고서에 대한 지정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회계법인들도 (건설사 재무검토에) 더욱 신중해진 상황”이라며 “회계법인들이 영업정지 등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재무감사에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