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비상경영 체제 돌입…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겁 덜컥났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은행 경영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지난달부터 은행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김도진 행장은 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주 월요일에 여는 임원 회의를 경영상황 점검회의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장 점검에서 나온 결론이다. 김 행장은 지난달 21일 베트남을 첫 해외 출장지로 정해 4박 5일 간 다녀온 바 있다. 취임 후 70여 개 지점을 방문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대해선 "겁이 덜컥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여부에 대해선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행장은 "내부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이원뱅크 등 기업은행 디지털뱅크를 고도화하면서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이날 기업은행 중장기 과제로 △디지털 금융 강화 △글로벌 진출 확대 △중소기업 지원 체계화를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 강화에선 단연 인터넷 전문은행과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 김 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환경이 변할 텐데 뒤떨어지지 않게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많은 고객이 인터넷은행으로 쏠리고 있지만 6개월~1년가량 지나봐야 인터넷은행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리될 것으로 본다"며 "인터넷은행은 4~6등급의 신용을 가진 고객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관리 등을 잘해야 안착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행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후 많은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쏠려가고 있다"며 "기업은행 아이원뱅크 등 디지털 금융을 체계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디지털 금융 전략을 세분화했다. 개인과 고객을 나눠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김 행장은 "개인만 아니라 기업도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뱅킹을 통해 받을 수 있도록 기업금융 모든 영역에 디지털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출시한 IBK모바일 자금관리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명 고객을 유치하며 시장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IBK POS뱅킹, 인공지능 기반의 금융상담 채팅봇, 고객행동 등 비정형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등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 행장은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3개 국가를 집중 공략한다고 전했다. 3개국을 연결한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을 제시했다. 김 행장은 해당 국가에서 국내 금융사 간 경쟁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그 금융수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당위성이 있다"며 "먼저 이 3개국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외에는 태국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 행장은 "창립 이래 처음 추진하는 해외 인수합병인 만큼 성장 잠재력, 수익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의 경우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존 지점의 대형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며 "캄보디아 금융시장에는 은행 상품 외에 리스, 할부금융, 소액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해 '동반자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성장단계별로 애로사항 해소에 능동적으로 창의적으로 개입해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성공을 견인하는 '동반자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행장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기업승계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와 관련, 엑시트 사모펀드(EXIT PEF)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엑시트 PEF는 창업자가 은퇴하거나 2세가 승계를 원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정상적인 가격에 제3의 기업에 인수되도록 지원하는 사모펀드다.

김 행장은 취임 후 "임기 내 전국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실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재 71개 지점을 방문했다. 그는 "책상에 올라오는 본점의 보고서만으로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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