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모델, 혼다 센싱 없는데 가격은 최대 1000만원↑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30일 국내 시장에 새롭게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5세대 모델에 운전자 안전 보조 장치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이 빠져있는 탓이다. 혼다 센싱은 혼다가 차세대 안전사양으로 내세우는 주행 안전 시스템으로 자동 제동 기능 등이 포함된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CR-V 4WD EX-L과 CR-V 4WD Touring 등 상위 트림을 내놓았지만, 혼다 센셍은 적용하지 않았다. 혼다가 미국 시장에 출시한 CR-V 하위 트림 EX에 혼다 센싱이 적용된 것과 대조된다. EX 트림은 EX-L 트림보다는 한 단계 Touring 트림 보다는 두 단계 아래 트림이다.
혼다는 현재 국내에 정식 판매하는 차량 중 판매가격이 5460만원으로 가장 고가인 SUV 모델 파일럿에만 혼다 센싱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혼다가 국내에 판매하는 CR-V에 혼다 센싱을 적용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국내 시장 판매가로 책정했다는 데 있다.
혼다 센싱이 적용된 CR-V EX 트림의 미국 판매가는 2만6695달러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1121.9원) 기준 2995만원이다. 반면 CR-V의 국내 판매 가격은 4WD EX-L 3930만원, 4WD Touring 4300만원이다. 혼다 센싱을 제한 동급 모델 CR-V 4WD EX-L의 미국 판매 가격(3만495달러)와 비교해도 국내 판매가가 500만원 넘게 비싸다.
혼다코리아에 5세대 CR-V만큼은 혼다 센싱을 적용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는 소비자 임아무개씨는 “한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혼다 센싱이 없으면 CR-V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98%에 달했는데도 혼다코리아는 소비자 의견을 무시했다”면서 “설문 참여자만 30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출시모델과 미국 출시 모델 사양을 동급으로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며 “혼다 센싱 장착은 판매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탓에 가격 경쟁력 부분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는 레인 와치 기능이 장착돼 있다”면서 “기본적인 주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