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반한 감정에 자동차 중국공장 판매 감소 영향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인 가운데 한국만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와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공장판매 증가율이 저조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글로벌 공장판매는 각각 -6.3%, -11.2%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내수판매(2.6%)가 소폭 성장했지만 해외공장판매가 -9.9%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내수·수출·해외공장 판매가 각각 -5.7%, -8.0%, -16.8%로 부진했다.
삼성증권은 4일 “현대·기아차 부진의 주요 원인은 중국공장 판매 감소인 것으로 보인다. 각각 -30%, -56%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차의 경우 사드 배치로 인한 반한 감정이 중국판매에 영향을 끼친 반면, 기아차는 딜러와의 재고비용 보상 관련 협상이 지연되며 큰 폭의 판매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48.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며, 8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제조업 PMI 결과가 집계된 28개국 중 PMI 50을 밑돌며 그리스, 브라질, 말레이시아와 함께 경기 위축 국면에 해당하는 4개국에 들었다.
한국 PMI 항목별로는 신규주문이 10개월 연속으로 감소했고 국내외 수요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PMI는 기업 구매담당 임원을 상대로 신규주문, 생산, 고용, 재고량 등을 설문 조사해 집계하는 경기지표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4일 시장정보업체인 IHS 마킷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대(對)중국 수출이 고전을 겪는 가운데 신규 수출 주문이 2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과 해운 분야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말부터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고용이 줄어든 것도 지표에 악영향을 미쳤다.
폴 스미스 IHS 마킷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제조업 분야가 지속해서 저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PMI 지수를 살펴볼 때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제로(0) 수준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제조업 부진과 달리 세계 제조업 경기는 확장 국면이다. 미국·일본·중국·독일 등 세계 주요국 3월 제조업 PMI가 모두 경기 확장세였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제조업 체감 경기는 6년 만에 가장 높았고, 중국의 정부 공식 PMI는 약 5년 만에 최고였다.
마킷이 집계한 유로존 3월 제조업 PMI 확정치는 56.2로 전월(55.4)보다 높았다. 유로존 1분기 평균 PMI는 55.6으로 집계돼 2011년 1분기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정부 제조업 PMI는 51.8로 4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PMI는 57.2로 전월(57.7)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이외에도 베트남의 제조업 PMI가 54.6, 필리핀은 53.8, 미얀마는 53.1을 기록하면서 전월보다 호실적을 거두며 국내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