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성능 부족하지만 확장성 커…구글도 HW 투자 가속화

삼성전자 갤럭시S8에서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기능을 실행한 모습. /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8이 본격적으로 시중에 공개되면서 소비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공개된 이후 4월 첫 번째 주말부터 국내 전자 매장과 이동통신 대리점을 방문한 이들은 갤럭시S8S8플러스 체험 공간에 몰려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 일부는 테두리(bezel) 없는 디스플레이에 대해 호평한 반면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Bixby)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그럼에도 빅스비에 대한 삼성전자와 업계 기대는 크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음성인식 비서와 달리 빅스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갤럭시S8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들이 빅스비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애플 시리(Siri)​가 아이폰 판매량 덕에 사용자를 늘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구글도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직 느린 음성인식, 성장 잠재력은 충분

 

기자가 빅스비를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음성 인식 속도는 애플 시리보다 다소 느렸다. 빅스비도 시리처럼 음성명령을 화면에서 문자로 보여주는데, 사용자 음성 명령이 화면에 글씨로 나타나고 명령이 수행되는데 시간이 1~1.5초가량 더 걸렸다.

 

카메라나 문자 등 선 탑재 앱(App)은 음성명령만으로도 실행됐다. “카메라를 열어줘라든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면 바로 카메라 앱이 열렸다. 그러나 이 기능은 애플 시리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시리는 선탑재 앱이 아닌 카카오톡이나 CGV등 타사 개발 앱들을 지원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연례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시리의 개발자용 키트(SDK)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타사 앱 뿐 아니라 앱 속 기능들도 음성명령으로 제어하도록 소스를 공개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타사 앱 속 기능까지 빅스비로 제어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한다면 출시 3년이 지난 시리를 추월하게 되는 셈이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비브랩스(Vivlabs)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 솔루션이다. 비브랩스는 애플 시리 개발진이 창업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실제로 다그 키틀로스(Dag Kittlaus) 비브랩스 공동창업자는 언론 인터뷰와 공식행사에서 비브는 개방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애플의 폐쇄적인 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리도 애초에 개방된 솔루션을 목표로 개발되었으나 애플에 인수되면서 비 애플 운영체제(OS)용으로 출시되지 못했다.

 

키틀로스를 비롯한 비브랩스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어 처리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빠른 시일 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과 비브랩스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단문 뿐 아니라 복문까지 이해하는 기술과 맥락을 이해하는 기능을 개발해 빅스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업계 전문가는 자연어 처리 기능은 데이터와 시간 싸움이라며 수집하는 데이터가 늘고 기계학습을 진행할수록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처럼 빅스비도 급격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HW 확장성이 강점구글도 HW 투자 늘려

 

구글 픽셀에서 어시스턴트를 실행한 모습. / 화면=구글 공식 홈페이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리가 음성인식 비서 중 가장 빠르게 사용자를 늘린 바탕에는 아이폰이 있었다. 아이폰은 매년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제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애플 iOS와 시리를 확산하는 무기가 됐다.

 

 

삼성전자도 자사 하드웨어를 통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2012년부터 타이젠OS 확산에 공을 들이면서 이후 자사 가전과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탑재해왔다. 이제 빅스비도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자사 가전에도 탑재해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 센서 등 IoT 기기에 필요한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하드웨어에서 삼성전자의 강점이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전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삼성이나 LG같은 전자 업체가 IoT 사업 생태계 확장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 자체 제작 스마트폰인 픽셀을 출시한 구글은 이 제품에 최초로 자사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어시스턴트(Assistant)를 탑재했다. 구글은 지난달 29일 마감된 도시바 낸드플래시 반도체 사업부문 예비 입찰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루머스(MacRumors) IT 외신과 주요 커뮤니티 게시물은 구글과 아마존, 애플이 도시바 입찰에 참가했다이는 자사 스마트폰에 안정적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고 데이터 서버에 탑재할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