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제품 88개 수입규제…“물량 돌리기도 한계”
한국 철강업체인 우진산업은 미국 수출을 중단한다고 26일 밝혔다. 우진산업은 페로바나듐(Ferro Vanadium)을 생산하는 업체다. 페로바나듐은 철에다 희귀금속인 바나듐을 합금한 제품이다.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해 엔진·고속 절삭공구·자건거 프레임·바퀴 축·원자로에 쓰이는 금속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산 페로바나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뒤 지난 17일 최종 판정을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페로바냐듐 업체인 우진산업은 54.69%란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됐다. 우진산업은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징벌적 관세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반덤핑관세는 자국 판매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수출하는 걸 막고자 만들어진 수입규제다. 현재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 18건에 수입규제를 내리고 있다. 여기엔 국내 주요 제품인 열연 강판과 후판, 냉연강판, 강관은 물론 고부가제품인 유정용 강관도 포함돼 있다.
대표 국내 철강기업은 포스코는 대미 수입규제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중 하나다.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합쳐 60.93%를 부과했다. 냉연강판에도 64.68%를 매겼다. 국내 철강사 2위기업인 현대제철도 냉연강판 38.24%, 열연강판 12.38% 관세를 물고 있다.
오는 29일(현지시각)에는 선박용 외장재인 후판 반덤핑 최종 판정이 예정돼 있다. 현재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후판에 각각 2%, 0.5% 관세를 물린다. 포스코는 타 업체보다 많은 6.82% 예비 관세를 물고 있다.
포스코는 반덤핑 관세가 확정되면 세계무역기구(WTO) 직접제소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권오준 회장은 “관세율이 60%가까이 되면 사실상 수출이 어렵다”며 “열연처럼 후판에도 60% 관세를 부과하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1위 강관업체인 세아제강은 해외 생산공장을 활용해 미국 반덤핑관세 위협에 대응할 방침이다. 세아제강은 한국, 미국, 베트남 세 국가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세아제강 역시 자사가 생산하는 유정용 강관에 반덤핑 예비관세 3.80%를 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올해 3월 말이나 4월 초에 최종 판정을 내린다.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은 “베트남이 막히면 한국,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고 한국이 막히면 베트남,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1월 휴스턴 유정용 강관 생산 공장과 후처리 공장을 인수했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기업에게 각국 무역부처는 ‘검찰’”이라며 “조사 단계부터 부담스러운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상무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변호사를 고용해야하고 덤핑 판매가 아니라고 증명할 서류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지금은 대미국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릴 수 있지만 보호무역이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며 “협회나 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을 포함한 21개국이 한국산 철강제품 88개건에 수입규제를 진행 중이다. 이중 미국 수입규제 건수가 18건으로 가장 많다. 태국이 11건, 인도9건, 호주가 6건으로 뒤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