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드민턴팀 창단에 46억원 요구…황은연 “정상가보다 3배 많아 거절”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27일 최순실·안종범 증인신문에서는 최순실씨가 어떤 방향으로 포스코에 개입했는지를 다뤘다. 최씨는 포스코로 하여금 여성 배드민턴팀을 창단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지난주 열린 권 회장 증인신문 때보다 두 배가량 더 많은 취재진과 방청객이 찾았다.
이날 재판에는 황은연 포스코 인재개발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황 원장은 마케팅 업무로 잔뼈가 굵은 인사로 1년가량 대관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 뒤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잠시 맡다가 지난해 2월 경영마케팅본부장으로 포스코에 복귀했다. 황 원장은 더블루K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어 이번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꼽혀 왔다.
황 원장은 이날 조성민 더블루K 대표이사 제안을 거절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오해를 풀라며 저자세로 문자를 보낸 것도 해명했다. 황 원장은 “기업이 스포츠 팀을 지원하거나 창단할 때 종목별로 정상가격이라는게 있다”며 “조 대표가 여성배드민턴팀 창단에 제안한 금액은 정상가격 3배에 이르는 금액이라 거절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황 원장에게 제안한 금액은 46억원이다.
황 원장은 고영태 당시 더블루K 이사에게 “이 돈이 있다면 다른데 쓰고 싶다”며 “우리 주요 수출선이 중국인데 중국인이 좋아하는 바둑팀이 차라리 낫겠다고 말한 것”이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더블루K 대표에게 “언짢게 했으면 미안하고 오해를 풀어달라”고 사과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핸 “대외 이미지 재고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스포츠 매니지먼트 실적이 전무한 더블루K에게 자금을 출연한 이유를 묻자 황 원장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자료가 없는 가운데 권오준 회장이 직접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더블루K 실체는 언론에서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았다”라고 답했다.
한편 조원규 전 포스코 철강마케팅솔루션 프로젝트팀장도 이날 증인신문에 참석했다. 조 전 팀장은 최순실씨 입김으로 포스코에 입사한 ‘낙하산인사’로 꼽힌다. 조 전 팀장은 1983년 두산그룹 홍보계열사인 오리콤에 입사한 뒤 농심기획, 서울광고기획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조씨는 업계 후배인 차은택씨가 자신을 선배로 깍듯이 대했다고 검찰질문에 답했다. 조씨 진술에 따르면 차씨가 자신에게 한국광고진흥공사 사장 공개모집에 지원서를 넣어보라 주문했다. 당시 조씨가 최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 측근이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사장직 응모는 불발됐다. 하지만 차씨가 “포스코 홍보실장 자리가 났다”며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연락했다. 조씨는 전무급인 포스코 경영연구소 홍보자문역에 채용된다.
조씨는 “홍보자문 일이 한직이란 걸 알고 안 전 수석에게 이야기했다”며 “이후 권 회장이 ‘그런 일이 있다면 자신과 먼저 상의하자’고 말한 뒤 보직을 변경해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나를 둘러싼 포스코 인사개입 배후가 최씨인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조씨는 2년간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뒤 포스코에서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