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재고량 증가에 WTI 배럴당 50선 깨져…OPEC 감산 연장 여부가 분수령

그래프=시사저널e

유가 하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일부 비OPEC 국가들의 감산 기대보다 미국 셰일오일, 비감산국 등의 생산량 증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JP모간체이스, 튜더 피커링 홀트 등 일부 글로벌 투자사들은 유가 장기 전망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이에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산유량 제한을 6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해 향후 유가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원유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4.45달러를 보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달 27일 47.84로 12.1% 떨어졌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1월 30일 OPEC이 감산에 합의한 이후 배럴당 50달러선에 진입하며 상승 기대감이 커진 상태였다.

국제 유가 하락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원유 재고량은 국제 유가가 50달러선으로 올라선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간 원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495만4000배럴 증가한 총 5억3311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원유 재고량은 10주 연속 증가했다. 미국 원유 시추기 수도 24일 기준 652기로 전주 대비 21기 증가하며 향후 생산량이 더 증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 미국 원유의 주간 재고량 증가는 감산합의 24개국 감산량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1개 비회원국은 지난해말 하루 평균 180만배럴을 감산키로 했다. 산술적으로 감산국들의 주간 감산량은 1260만배럴로 3월 두 번째주 EIA 원유 재고량 증가분 500만배럴에 불과 두 배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감산국들의 감산 이행률이 90%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좁혀진다. 여기에 브라질, 캐나다 등 비감산국 생산 증대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공급과잉 해소는 되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사들은 국제 유가 전망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미국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유가 전망 수준을 높게 잡았던 에너지 투자기업인 튜더피커링홀트는 내년 유가 수준을 배럴당 65달러로 종전보다 13% 낮춰 잡았다. JP모간체이스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종전 WTI의 경우 53.75달러로 낮췄다. 투자은행 중에서는 웨스트팩이 올해 4분기 배럴당 41달러, ING가 45달러, 코메르츠방크가 46달러로 점쳤다.

유가 하락 전망에는 감산 합의국들의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섞여 있다. 실제 26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감산 실행 감시위원회에서 러시아가 감산 연장에 대해 지금 논의하기는 이르다며 4월까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라크 역시 시장이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감산 연장이 필요하다는 쿠웨이트 등 다른 OPEC 국가와는 다른 입장이다.

다만 감산합의국들의 감산 연장 의지가 드러난 만큼 유가 수준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감산 합의국들의 감산 이행률을 보면 94%로 높은 수준이다. OPEC만 이행률만 따지더라도 100%가 넘는다”며 “이는 감산합의국들이 유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OPEC이 러시아 등 감산 합의 연장에 유보적인 국가들을 잘 끌어들일 수 있다면 유가는 다시 50달러선으로 상승할 전망”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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