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공권 박탈에 해외프로젝트 부실 우려 커져…회사채 발행까지 차질

그래픽= 조현경 디자이너

GS건설이 올들어 잇단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합과의 문제로 ‘알짜 재건축 단지’ 시공권을 박탈당한 것이 악재의 시초가 됐다. 지난 2015년 이래 정비사업 수주액 순위 1위권을 맴돌았던 GS건설 입장에서는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최근에는 GS건설의 ‘아픈 손가락’인 해외건설 부실 우려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는 등 GS건설은 ‘겹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프리미엄사업단(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과의 시공사 계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프리미엄사업단의 사업비 대여 겨부, 시공사 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시공사 계약해지의 이유로 작용했다.

방배5구역은 서울 강남3구 내 최대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다. 신축 가구수만 3080가구에 이르는 ‘미니 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한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 7호선 내방역과 가까운 ‘알짜 역세권 단지’로 “분양 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던 단지다.

최근 정비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낸 GS건설 입장에서 날벼락일 수 밖에 없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정비사업 수주액 1위(8조180억원), 지난해에는 2위(2조3739억원)을 기록하하며 ‘정비사업 강자’로 불려왔다. 지난 7월 해당 단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시공권을 박탈당했기에 GS건설 입장에서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분양에 들어가면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조합 측에선 시공비 인하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GS건설을 포함한 컨소시엄도 조합과의 줄다리기 끝에 계약을 포기할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최근 해외 프로젝트 부실 우려가 재차 제기되기도 했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분석에 따르면 GS건설은 조사대상 건설사(대림산업, 대우건설, SK건설, GS건설, 한화건설) 중 원가율 조정에 따른 발생가능손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각 회사가 진행하는 해외 프로젝트의 발생가능손실 규모는 GS건설 5604억원, SK건설 2430억원, 대우건설 1014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GS건설은 조사대상 건설사 중 회수 가능성이 어려운 미청구공사 대금이 4007억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을 포함한 조사대상 건설사는 모두 해외사업에서 큰 부실을 겪었던 회사들이다. 

이는 GS건설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앞서 GS건설은 나신평으로부터 신용등급 강등(A->A-)을 받은 바 있다. 해외 프로젝트의 완공지연과 추가 원가발생이 주된 이유다. 향후 GS건설의 신용등급 산정 시 상기 미청구공사 대금 등이 부정적인 요소로 재차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신평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 발생 여부, 상시 모니터링 대상 미청구공사의 원활한 회수 여부, 주택‧건축 부문의 이익창출을 통한 손실완화 정도,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용등급이) 결정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GS건설은 회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GS건설은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채 발행한도를 상향할 계획이다. 이로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가 보통주는 기존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BW는 정해진 가격에 새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CB와 달리 신주인수권과 채권을 따로 거래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등의 여파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 사채 발행쪽으로 GS건설이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CB와 BW 발행은 자금조달에 기여하지만 GS건설에 무작정 긍정적이지는 않다. CB, BW를 배정받은 주주들이 대거 신주인수권 행사 시 주가, 지분율 희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두산중공업 역시 BW 발행소식에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나신평 분석은 현장 특성과 프로세스를 감안하지 않은 단순 추정치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상반기 주요 부실사업장 정리 절차는 차질없이 진행중이며 실적개선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채 발행한도 증액에 대해선 “추가 발행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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