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고·전문직 고소득자 사각지대 남아…취약계층 재산 기준 개선은 긍정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건보료 개편안은 지난 1월 정부가 제시한 총 3단계(2018년→2021년→2024년) 개편체계에서 2단계를 삭제하고 바로 3단계로 돌입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성‧연령 등에도 부과하는 평가소득 방식이 17년 만에 폐지되고, 고소득, 고액자산가의 피부양자들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서민부담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고액자산가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들의 건보료 사각지대는 여전히 개선될 부분으로 지적됐다.
◇MB 고액자산가지만…건보료는 26만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영포빌딩에 직원 6명을 둔 청소용역 회사를 만들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월 건보료로 1만3000~2만7000원만을 냈다. 당시 월 평균 소득을 99~133만원이라고 신고해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로 등록하면 임대소득 등을 따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당시 정부는 관련조항을 개정해 직장가입자라도 월급 외 이자·배당·사업소득 등이 연간 7200만원을 초과하면 건보료를 추가로 내도록 했다. 2022년부터는 이 기준이 연간 2000만원(1단계 3400만원)으로 대폭 낮춰진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수백억 고액자산가가 소득없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26만4910원만의 보험료만 부담하면 돼 이 부분은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건보료 개편에서 재산 상위 3%에 해당하는 고소득 사업자 등에 대해서 향후 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인상률 등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이면서 얼마를 내든지 받는 혜택은 동일하다. 소득과 재산 부분 등을 형평성 있게 고려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소득 전문직은 여전히 사각지대?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현금소득 탈루로 인한 탈세와 건보료 미반영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을 전망이다. 소속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5년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와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27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 결과 소득적출률이 32.9%에 달했다. 10억을 벌면 3억원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의 소득탈루가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일일이 적발하지 않는 이상 세금 추징은 물론 건보료 인상 역시 이웃 나라 얘기가 된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매해 3월과 10월, 국세청으로부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소득탈루 자료를 건네받아 건보료 인상에 반영하고 있다. 국세청에 적발되지 않는 이상 이들 전문직 종사자들의 건보료는 스스로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고소득 전문직의 현금소득 탈루는 건보료 부과체계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현금 탈루소득이 앞으로 적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파세모녀 ‘최저보험료’ 부담
건보료 부과체계에서 항상 지적돼 왔던 취약계층의 재산산정 기준은 대폭 개선됐다. 총 757만가구의 지역가입자 중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게 성별, 연령, 자동차 보유 여부 등으로 재산을 추정했던 ‘평가소득’ 방식이 내년부터 폐지된다. 송파 세모녀 사례처럼 소득이 전혀 없음에도 월세 50만원(전세환산 3699만원)이 재산으로 잡혀 월 4만8000원을 내야했던 저소득 취약계층은 앞으로 1만3100원(2022년 1만7120원)의 최저보험료만 부담하면 된다.
3단계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형제·자매의 피부양자 자격 제외는 1단계(2018년)에서 바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25만가구(약 10만명, 전체 86%)는 당장 내년부터 평균 18만6000원 꼴로 건보료를 부담하게 됐다. 대신 지역가입자 전환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까지는 보험료의 30%를 경감해 월 13만원 씩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형제‧자매라도 65세이상 노인, 장애인, 30세 미만이면서 연 소득 3400만원(2인가구 기준), 재산 1억 8000만원 이하 자는 피부양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기존 정부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자영자의 소득파악이나 재산 부분 등의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