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한정…한국도 리튬 확보 만전 기해야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리튬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한정돼 있어, 향후 리튬 확보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주요 소재인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2015년 톤당 5500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 2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다소 안정돼 지난 2월 기준 1만665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생산이 확대되는 전반적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2015년 하반기 이전인 5500달러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리튬 가격이 이처럼 급속도록 오른 이유는 최근 전기차 생산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량 배터리가 개발되면서 여기에 쓰이는 리튬의 양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5~40㎾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 주행거리 200~250㎞의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주행거리 경쟁이 불붙으며 2018년 이후 출시 예정 중인 전기차들은 4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위한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튬 생산업체가 발표한 증설 및 신규 설비 건설 계획들 대부분은 일정에 맞춰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리튬 공급 부족 가능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배터리 업체인 삼성 SDI와 LG화학 뿐 아니라 테슬라, BYD, 폭스바겐 등 자동차 메이커들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배터리 시장 규모는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배터리 공장 설립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출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2020년 완공될 기가팩토리에서는 50Gwh(전기차 46만 대용) 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테슬라 측은 최대 150Gwh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배터리 재료부터 제조, 조립까지 2차 전지 일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 BYD도 중국 최대 리튬 매장지인 칭하이에 10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분야 후발주자인 BYD는 기존 2곳의 배터리 공장 외에 칭하이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로 전기차 생산에서 테슬라를 압도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인 리튬은 공급 자체가 부족할 수도 있는 만큼 배터리 및 전기차 업계의 리튬 확보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배터리 주요 소재(니켈, 코발트, 망간)는 가격이 오를 수는 있어도 물량 확보는 가능하나 리튬은 생산품 대부분이 소비되고 있어 재고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LiB)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신소재 개발, 리튬 추출 관련 획기적 기술 개발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리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스마트폰, PC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자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사물인터넷이 일반화돼 보급되는 경우 배터리 수요 증가가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세계적인 2차전지 생산업체를 두고 있다. 반면 리튬자원은 전적으로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급변동에 취약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포스코가 독자 기술로 리튬 생산에 돌입하면서 원료 수급에 어느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포스코는 PosLX 공장을 통해 연간 25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해 이차전지용 양극재 제작업체인 포스코ESM과 LG화학, 삼성SDI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본은 리튬 부족 현상에 대비해 해외 리튬 산지와 공급 계약을 맺어왔다”며 “한국도 더 늦기전에 리튬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