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국전력·아모레퍼시픽 연일 매수…"업종 순환매 여부는 지켜봐야"

그래픽=시사저널e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현대차, 한국전력, 아모레퍼시픽을 연일 매수했다. 더불어 이들 종목 주가도 바닥을 찍고 상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 상승이 업종 전체에 대한 외국인의 순환매가 아닐 수 있다며 추세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 중심 장세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 선택이 다른 종목으로 번지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인은 오히려 삼성전자 주식을 이달 15일부터 20일까지 순매도로 일관했다. 21일 반짝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다시 22일과 23일 순매도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추세다.

반대로 외국인은 코스피 상승에 발맞추지 못했던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8일부터 22일까지 현대차를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액만 3479억원어치에 달한다. 기관과 개인은 같은 기간 각각 594억원, 28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수 유입이 강해지자 현대차 주가도 올랐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1월 2일 14만6000원에서 시작해 이달 20일 전까진 13만5000원에서 15만5500원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가 올해 첫거래일 이후 이달 20일까지 7% 가량 오른 것과는 동떨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쌓이면서 현대차 주가는 20~22일 3거래일동안 11.4% 상승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SK하이닉스를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섰다.

코스피 시가총액 5위인 한국전력도 외국인 덕에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2015년 1월 16일 3만8750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5월 9일 6만3700원까지 긴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이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유틸리티 업종 매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전력은 긴 상승 호흡을 멈추고 지난달 6일 4만50원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달 13일 4만2100원에서 시작해 22일 4만7450원으로 12.7%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13일부터 22일까지 연속으로 순매수에 가담한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누적으로 20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460억원, 15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신음하던 아모레퍼시픽도 외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6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만하더라도 최고 44만3000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이 빚어지자 주가는 이달 6일 장중 24만3000원까지 폭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월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곤 모두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월 이후 누적으로만 861억원어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주가도 반등하면서 22일 종가 기준 28만2000원까지 올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가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빠르게 이어나가고 있다”며 “다만 현대차, 한국전력,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업종 순환매에 따른 결과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현대차는 최근 지배구조 이슈로 오른 측면이 있고 한국전력은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고배당을 노린 외국인 매수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저가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화장품 업종에 대한 사드 리스크 해소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3일 오전 11시 45분 기준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06% 떨어진 16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5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아모레퍼시픽도 전날보다 0.35% 떨어진 2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아모레퍼시픽을 33억원어치 매수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장 시작 나온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가 누그러지면서 전날보다 3.07% 오른 4만865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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