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서 1000억원씩 2000억 규모 유상증자 끌어들여…‘로엔·카카오’ 연합보다 시너지 클 듯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신성장의 엔진을 텐센트와 네이버에서 찾은 모습이다. 두 기업으로부터 연이어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끌어낸 덕이다. 합치면 2000억원이 넘는다. 주가가 고속상승세를 타는 등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YG 지배구조도 양현석·양민석 형제를 제외하면 이들 기업 중심으로 짜이게 됐다.
주가만 뜨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커질 공산이 크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결합보다 시너지가 크리라고 보고 있다.
21일 유가증권 시장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상승했다. 유상증자 발표 하루 전 2만 8100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20일 한때 2만 9700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달 초 YG 주가는 2만 5000~6000원 안팎이었다.
최근 주가상승의 동력은 네이버다. 17일 네이버가 YG에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는 소식 덕이다. 네이버는YG에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 형태로 500억 원을 투자하고 YG플러스 자회사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이로써 네이버는 9.14%의 지분을 확보해 YG의 2대 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네이버)과 콘텐츠 기업(YG)이 공동전선을 짠 모양새가 됐다. 그간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업의 합작이 필승 무기로 평가받아왔다.
지난해 1월에는 카카오가 멜론(melon)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 1932만 2346주(76.4%)를 1조8743억원에 인수했었다. 멜론은 카카오 소속이 된 후 1년 간 유료 가입자 수가 50만명 안팎이나 증가했다. 카카오는 ID 연동을 통해 카카오톡 내 콘텐츠 서비스를 다각화했다.
YG와 네이버의 협업은 로엔과 카카오의 결합보다 더 파괴력이 크리라는 시각도 있다. 로엔은 매니지먼트 사업을 겸하고 있지만 주된 캐시카우(cash cow)는 음원이다. 빅뱅, 위너 등 다양한 한류스타를 보유한 YG는 IP확장효과가 로엔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음원, 동영상 등 엔터 콘텐츠 확보를 통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한 후 국내외 트래픽을 넓히고, 나아가 플랫폼 락인(lock-in)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꾀할 수 있다. YG는 다양한 미디어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YG의 플랫폼 기업 손잡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YG는 상하이 펑잉 비즈니스 컨설턴트 파트너십과 텐센트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5500만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보통주)를 결정했다. 또 최대주주인 양현석 대표프로듀서와 양민석 대표이사가 보유한 3000만달러 규모의 구주를 양도했다.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다.
상하이 펑잉 비즈니스 컨설턴트 파트너십은 웨잉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다. 웨잉의 2대 주주는 텐센트다. 텐센트 위챗(메시징앱), QQ뮤직(음악), 텐센트 비디오(동영상) 등 다양한 플랫폼을 갖춘 중국 최대 IT기업이다.
이렇게 되면서 YG의 지배구조도 크게 변했다. YG 최대주주인 양현석·양민석 형제 지분은 21%다. 앞서 밝혔듯 2대 주주는 9.14%의 네이버다.
3·4대 주주는 각각 8%, 5% 지분을 보유한 웨잉과 텐센트다. 웨잉은 ‘범(汎)텐센트’ 계열이다. 텐센트가 13%, 네이버가 9.14%를 보유했다는 얘기다. 두 IT기업 지분을 합치면 양현석·양민석 형제 지분을 넘어서는 모양새가 구축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