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업데이트와 마케팅 제휴에도 유저이탈 가속화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의 인기가 빠르고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업데이트와 마케팅 제휴 전략에도 유저들의 이탈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앱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12일 포켓몬 고 이용자는 345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월 출시초기 이용자 수인 698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포켓몬 고는 출시 첫 주에 정점을 찍은 후 매주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매출 역시 큰폭으로 감소했다. 출시 초기 포켓몬 고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21일 기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8위를, 앱스토어에서는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하락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콘텐츠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포켓몬 고는 몬스터볼을 던져 포켓몬을 잡거나 체육관에 방문해 포켓몬 대결을 펼치는 게 주력 콘텐츠다. 출시 초기에는 새로운 포켓몬을 발견하는 재미로 게임을 진행했으나 반복되는 유형에 질려버린 유저들 상당수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언틱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 지난달 중순쯤 80종 이상의 2세대 포켓몬을 추가하고 진화 도구 추가, 스킬 추가, 아바타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특히 게임 출시 7개월, 한국 서비스 기준 1개월만에 이뤄진 첫 업데이트란 점에서 유저들의 기대가 상당했다.
이후 나이언틱은 국내 편의점 및 패스트푸드 매장과 제휴를 맺어 포켓스탑과 체육관 늘리기에 나섰다. 제휴를 맺은 매장이 포켓스탑이나 체육관으로 지정돼 유저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하면 몬스터볼 등 게임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있는 방식의 제휴였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도 제휴를 맺어 21일부터 전국 4000여개 SK텔레콤 대리점이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에 한해 6월 말까지 포켓몬 고 게임을 이용하는 중에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유저 기대치 벗어난 업데이트…GPS 조작도 해결해야
문제는 앞선 대규모 업데이트와 국내 업체들과의 제휴가 유저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켓몬 가짓수는 늘었지만 정작 유저들이 기대하고 있던 유저간 대결(PVP)과 포켓몬 거래 등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여기에 불안정한 서버와 위성항법장치(GPS) 조작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유저들의 이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도 일부 유저들이 GPS 조작을 통해 희귀 포켓몬을 빠르게 수집하거나 체육관을 부당하게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유저들은 경쟁 의식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부 GPS 조작 유저들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게임을 접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저는 “한마리도 갖기 어려운 희귀 포켓몬을 GPS 조작을 통해 여러마리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게임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 인기가 살아나기 위해선 결국 콘텐츠 업데이트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발사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빠른 업데이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경우, 빠른 업데이트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은 보통 한달에 한번 꼴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개발사는 한주에 한번꼴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데이트 속도가 현저히 느린 포켓몬 고가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의 인기 하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게임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단지 포켓몬이라는 지적재산권(IP)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 유저간 PVP나 포켓몬 거래 등이 추가되지 않고 단순히 포켓몬 가짓수를 늘리는 수준의 업데이트가 계속된다면 유저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