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대 프리미엄 세단 겨냥…긴장하는 수입차 업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국내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수입차 업계가 시장 변화 주시에 나섰다. 1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테슬라가 가진 혁신의 이미지는 수입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15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에 국내 첫 전시장을 열고 모델S 판매에 나선 테슬라는 순수 전기차가 아닌 수입 프리미엄 세단을 경쟁 모델로 지목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시장 변화를 앞당기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주행 성능은 수입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간다.
실제로 테슬라가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한 모델S 90D는 미국에서 가솔린 프리미엄 세단인 벤츠 CLS클래스, BMW 6시리즈, 아우디 A7 등의 경쟁 모델로 간주된다. 고성능 가솔린 세단 못지않은 주행 성능 덕이다. 모델S 90D는 정지 상태에서 4.2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소비자 관심도 뜨겁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고객 인도까지 3개월 넘게 소요될 예정임에도 이미 시승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장 경쟁할 차종이 없어 주목하지 않는다고 쉬쉬했던 수입차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주행 성능과 판매 가격에서 벤츠 대형 세단 CLS클래스나 BMW 대형 세단 6시리즈와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나 주행 질감 등에서 전기차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해 구체적으로 대응 방침을 정하지 않아 왔지만, 최근 분위기만 봐서는 알 수 없다”면서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판매중단을 겪었던 아우디가 내달 출시하는 대형 세단 A7도 테슬라의 경쟁 모델이다. 서울시 서초구 아우디 판매 전시장에서 일하는 한 영업직원은 “유일한 판매 가능 차종이 될 A7은 단 한 대라도 소중한 상황인데 테슬라는 위협적”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테슬라로 인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도 수입차 업계에는 부정적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이해와 관심을 올려놓으면 여타 전기차에 대한 판매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가솔린 세단 판매는 그만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걱정할 것 없다는 분위기다. 테슬라와 정면 경쟁하는 차종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1억2100만원에 달하는 테슬라 모델S와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국산차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EQ900가 유일하다.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스포츠 가격은 모델S의 절반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대비 활용성이나 차급 측면에서 아직은 경쟁할 차종이 없다”면서 “고성능 가솔린 모델로 한정하면 기아차가 출시 예정인 스팅어가 가깝지만, 가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코리아는 하남 스타필드 매장에 이어 17일 청담 전시장을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가격은 기본 사양 1억2100만원, 각종 옵션을 더하면 1억6100만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