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저항선·지지선 뚜렷한 박스권 흐름 예상
지난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정유 업종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멈췄으나 지지선이 확보된 상황이라 수익성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보다 1.4%(68센트) 하락한 배럴당 47.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WTI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배럴당 50달러 선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유가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도 50달러선이 무너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49.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가 50달러 밑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상품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반등한다해도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는 일단 유지되는 분위기지만 사우디가 성실하게 감산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는 지난 2월 하루 1001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한달만에 일평균 26만3300 배럴 증산을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수장인 사우디가 감산 대신 증산에 나서면서 주요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요 산유국은 지난해 11월 하루 산유량을 18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미국 역시 국제 유가 하락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과중한 휘발유 재고와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정책으로 국제유가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은 국제 유가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유 화학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화학업종 지수는 전일 대비 6.06포인트 (0.12%) 떨어진 5009.49에 거래를 마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미국 원유재고 증가세에 서부텍사스산원유가 배럴당 50달러선 밑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선에서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하락은 악재라는 공식과는 다르게 시장 전문가들은 정유 업종의 연내 실적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올해도 정제마진 개선과 비정유부문의 안정적 이익기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있으나 상방과 하방 모두 제한이 있어 과거에 비해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견조한 수요성장으로 수급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정제마진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의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나 상방과 하방 경직 요인이 강화돼 과거에 비해서는 예측하기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박스권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실적은 안정적일 전망이다. 우선 파라자일렌(PX)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간 가격차이)가 톤당 45만4000원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젠 스프레드 역시 지난 1월 이후 톤당 57만7000원 수준까지 오르며 상승세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의 과도한 휘발유 재고와 미국 에너지정책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국내 정유업체들은 일본이나 인도 정유사에 비해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