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테슬라 첫 국내 매장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가격·충전방법 묻는 고객에 매장 붐벼

15일 테슬라 한국 공식 1호 매장이 경기도 하남에 자리한 스타필드 하남 2층에 문을 열었다. / 사진=박성의 기자

“테슬라 보러 회사에 연차 내고 경기도 광명에서 2시간 걸려 왔습니다.” (직장인 하우진씨)

15일 태평양을 건너 온 전기차가 경기도 하남을 달궜다. 주인공은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다. 이날 오전 10시 테슬라의 국내 1호 매장이 문을 열고 고객을 받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지난해 8월 19일 한글판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 지 209일만이다.

수요일 오전은 직장인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시간이다. 그러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2층은 테슬라를 보기위해 엄마 손을 잡고 온 5살 아이부터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끝내고 들렀다는 65세 노인까지 남녀노소로 붐볐다. “전기차 인기는 일부 매니아 층에 한정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 “아이돌이라도 온 줄 알았지”…문전성시 이룬 테슬라 매장 


테슬라 하남 스토어에 전시된 붉은색의 모델S 90D. / 사진=박성의 기자

그간 베일 속에 가려있던 테슬라 하남 스토어는 이날 흰색과 붉은색의 ‘모델S 90D’ 2대를 전시하며 국내 시장 진출 서막을 알렸다. 그간 테슬라는 온라인 매장을 통해 국내 고객들로부터 차량 주문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국내에 열기는 이번이 최초다.

이날 테슬라 매장 앞이 붐빈 것도 이 때문이다. 테슬라의 ‘신비주의’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끈 셈이다. 전기차 매장과 테슬라의 실물을 보기 위해 수 시간에 걸쳐 하남을 찾았다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 경기도 안산에서 아내와 함께 테슬라를 보러 왔다는 김민교(37)씨는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를 통해 (테슬라 매장 개장) 소식을 듣고 왔다”며 “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초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실물로 보고나니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장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 90D는 자유롭게 타거나 만져볼 수 있다. 15일 매장 안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로 붐볐다. / 사진=박성의 기자
매장 전면에 전시된 붉은색 모델S 90D 주변에는 어린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도 많았다. 이들은 아이를 차량 뒷좌석과 조수석에 번갈아 앉힌 뒤 느낀 점 등을 물었다. 테슬라 매장을 하나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이 차량 정비업을 하고 있다는 김세미(29)씨는 “아이가 5살인데 차를 너무 좋아한다. 도로에서 전기차를 실제 접하기 어렵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직접 매장을 오게 됐다”며 “막상 오고 나니 아이 보다 내가 더 신기해하는 것 같다. 실물이 훨씬 세련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손에 태극기 그림을 그린 채 차량을 연신 손으로 훑어보는 노인도 눈에 띄었다. 최미명(가명·67)씨는 “딸이 여기(스타필드 하남)서 일한다. 겸사겸사 왔다가 사람이 많아서 들어와 본 것”이라며 “처음에는 TV스타가 온 줄 알았다. 와보니 이게(테슬라) 있는데 이렇게 멋있을 수 가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기자에게 테슬라 옆에 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뒤 “내일 친구들과도 와봐야겠다”며 매장을 떠났다.

◇ “1회 충전에 400㎞ 가까이 달립니다”…OA·PS가 상담 유도

하남 스토어에는 모델S 90D 외에도 차량 하부 섀시가 전시돼 있다. 고객들은 모델S의 하체, 모터, 배터리팩, 서스펜션 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구분되는 섀시 구조에 일부 고객들은 “거의 컴퓨터 같네”라며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매장 벽면에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됐다. 이를 통해 테슬라 제원을 확인하고 다른 차량과 성능 및 가격 차이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이 밖에 차량 외부 색상 등 옵션 사양들이 부착된 디자인 스튜디오도 벽면에 갖춰져 있다.

 

테슬라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가 고객에게 충전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성의 기자

매장 안 곳곳에는 차량 설명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PS) 6명이 배치돼 있다.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는 테슬라 본사 트레이너에게 직접 차량 제원 및 설명방법 등을 교육받는다. 테슬라 측에 따르면 하루 근무 인원은 4~6명씩 유동적으로 바뀐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PS는 “전기차를 낯설어하는 고객들에게 차량의 충전 방법이나 제원, 운전 방법 등을 알려 준다”며 “고객들의 주된 관심사는 차량 가격과 주행 가능거리, 충전 방법 등”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측이 밝힌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378㎞다.

 

테슬라 하남 스토어 뒷편에 자리한 OA 상담실. / 사진=박성의 기자

매장에는 구매 상담을 담당하는 오너 어드바이저(OA) 2명이 따로 있었다. 이들은 매장 뒤편에 위치한 상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차량 구매 절차를 안내한다. 모델S 주문은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중간 마진을 줄이기 위해 완전 직영 방식을 채택했다. 이날 오전까지 실제 구매를 원한 이는 없었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 “몸값만 보면 고급차인데”…협소한 매장은 숙제

매장이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테슬라 매장 면적은 약 198㎡(60평)다. 상담실 공간을 빼고 나면 40평 남짓이다. 테슬라와 같이 스타필드 하남 2층에 자리한 제네시스 스튜디오 면적이 475.43㎡, BMW MINI 시티라운지가 677㎡인 것과 비교하면 좁다.

매장 앞에서 만난 최민용(33)씨는 “테슬라 가격을 보니 1억원을 넘는데 이 정도면 서민들의 차보다는 사장님 차에 가까운 것”이라며 “결국 테슬라를 사러 오는 사람들은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 매장이 빈약한 원룸느낌이다. 미국 대표 전기차인 만큼 조금 더 고급스럽거나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테슬라 하남 매장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완속충전기. / 사진=박성의 기자

테슬라는 매장 안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들 관심이 집중되는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매장 한 켠에 설치해 놨다. 테슬라 매장 바로 옆 2층 주차장에는 데스티네이션 차저 7대가 설치돼 있다.

테슬라 측 관계자는 “충전은 유럽 규격인 타입2 방식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AC3상 방식과도 호환된다”며 “데스티네이션 차저는 올 상반기까지 25대 이상을 설치한 계획이다.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는 연내 5~6곳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을 포함한 2곳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오는 17일에는 청담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청담 스토어는 하남 스토어보다 면적이 더 크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하에는 서비스센터가 자리 잡게 된다.

한편, 테슬라는 국내 판매 라인업을 모델S 90D로 시작해 상반기 내 모델S 전 라인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후 연내에 모델X,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내년 출시한다. 이날 하남 스토어를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모델X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모델S 90D가격은 기본 사양이 약 1억2100만원, 풀 옵션은 1억61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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