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대출 심사 강화에 마이너스통장에 눈 돌려…이자 올라 부실 위험도 커져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까다로워지면서 마이너스통장 이용 금액이 늘고 있다. 다만 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서민 부담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시사저널이코노미

마이너스통장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줄이기에 나서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마이너스통장으로 눈을 돌리고 잇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 시중금리 상승으로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어 마이너스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2월 말 3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5060억원 늘었다.

이는 통상 연초가 대출 비수기인 점에 비춰 증가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월보다 1023억원이 줄어든 바 있다. 올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3월 들어서도 마이너스 대출 규모는 늘고 있다. 5대 은행 마이너스 대출 잔액은 이번달 13일까지 39조7000억원으로 2월말보다 200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은행권 전체 마이너스 통장 등 등 신용대출 규모는 17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2조8000억원(7.9%) 급증했다. 2015년 7조900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증가폭보다 2배가량 확대됐다.

마이너스 통장은 계좌에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설정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찾아 쓸 수 있다. 새롭게 대출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수시로 빼서 쓸 수 있고 여유가 생기면 한 번에 갚을 수 있어 서민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마이너스통장 이용 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부터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며 "그만큼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주로 전세자금이나 생활비 등 가계소득 보전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급증하고 있다"며 "마이너스통장은 카드 현금 서비스나 캐피털사와 달리 신용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여유가 생기면 한 번에 갚을 수 있어 서민 활용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우려하는 부분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다. 시중은행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평균 4.47%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3.40%)보다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 마이너스 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8월 3.67%였다. 1%포인트가까이 뛰어 가계 부담이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3월 들어 신한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상품은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의 KB스마트직장인대출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상승했다. KEB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 행프론 한도대출의 금리도0.03%포인트 높아졌다. NH농협은행도 0.04%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광주은행 대출금리는 5.65%로 은행권 중 가장 높았다. 외국계인 씨티은행(5.53%)이 뒤를 이었다. BNK경남은행 5.17%, DGB대구은행 5.00%, 전북은행 4.78% 등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4개월 사이 지방은행인 BNK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각각 0.49%포인트씩 상승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승폭이 컸다.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가 본격화하면서 지방은행부터 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반 가계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마이너스 통장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서민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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