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쏘나타 이후 햐향 조정 경향…회사측 “토크 일정 수준 유지해 성능 문제 없어”
현대·기아자동차가 신차 엔진 출력을 하향 조정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젊은층이 신차 구매 주력층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신차 출시에 맞춰 엔진 출력을 높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초 준대형 세단 쏘나타에 세타 2.0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적용해 최대 출력을 245마력으로 강화한 이후 지속해서 출력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를 출시하면서 최대출력을 기존 모델인 그랜저HG보다 4~11마력 낮게 조정했다. 그랜저IG 2.4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대출력은 기존 동급 모델(201마력)보다 11마력 낮은 190마력으로 조정됐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이 지난해 1월 출시 당시 조정된 출력과 동일하다.
출력은 엔진 구동력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잣대로 최고 속도와 같은 주행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이에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차종은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해 출력을 상향 조정한다. 특히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중형 세단 시장 부흥을 이끌었던 한국GM 말리부는 터보 모델 출시로 같은 배기량 기준 141마력에서 253마력으로 최대출력을 개선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실제 주행 영역에서 필요한 수준으로 출력을 조정한 결과”라며 “엔진 구동력인 토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출력 하향 조정은 크게 신경 쓸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기아차는 최대출력이 동급 차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현대차가 내놓은 준중형 세단 아반떼AD는 출력 조정으로 인해 동급 경쟁차종인 한국GM 크루즈에 비해 최대출력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현대차가 아반떼AD 1.6 가솔린 직분사 엔진 최대출력을 140마력에서 132마력으로 조정한 반면, 한국GM은 준중형 세단 신형 크루즈를 출시하며 최대 출력을 기존 모델보다 13마력 높은 153마력으로 내놓았다.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은 “현대·기아차가 출력 조정을 통해 올해 9월 강화될 질소산화물(NOx) 배출가스 규제 강화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출력 향상은 보통 엔진 연소실 압축비 조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산소와 화석연료 압축비를 높여 출력을 향상하면 연소실 온도가 높아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명장은 “배출가스 저감 방법에는 정화 장치 장착이나 촉매 활용 등 다양한 게 방법이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배출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가장 저렴하고 손쉬운 방법인 출력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온에서 실린더가 뒤틀리고 엔진오일이 소모되는 고질적인 내구성 문제를 예방하려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8일 부분 변경해 출시한 중형 세단 쏘나타 2.0 CVVL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최대출력을 소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해 고객 선택 폭을 넓혔다”면서 “연료 효율성을 중시하는 고객과 주행 성능을 중시하는 고객 간 상이한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