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은행업계 등 너도나도 참여…기술수준 낮고 수익률 저조해 보완 필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 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저마다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아직 인공지능 기술력은 미미해 로보어드바이저는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고 수익률이 저조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투자업계, 로보어드바이저 2막을 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2막이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소관의 금융전산 공공기관인 코스콤은 이달 27일부터 로보어드바이저 2차 테스트베드 참여 신청을 받는다. 테스트베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력을 검증하는 시험 공간으로 분산투자, 투자자성향 분석, 해킹방지체계 등 투자자문·일임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저성장·저금리 환경이라는 투자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투자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간보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이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까닭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변동성에 강한 투자 상품이 필요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59조원에 이른다. 2020년이 되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적게는 900조원, 많게는 26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은 2500억원 가량의 자산 규모가 오는 2018년에는 1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는 29개 업체가 35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은행권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에 진력을 다면서 업계를 초월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콤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열었던 1차 테스트베드 설명회와 달리 지난 10일 열린 2차 테스트베드 설명회는 홍보 규모가 1차보다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3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면서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 갈 길 먼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하지만 아직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야 할 길은 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기술력과 정부 정책이 부족한 탓에 인공지능을 금융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일임형보다 투자 전략을 짜는 자문형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자산가나 기관 투자자들이 받는 고도의 서비스를 자동화해 일반인에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딥러닝(인공기계학습)이나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국내엔 아직 퀀트 등을 이용한 낮은 수준의 알고리즘을 보유한 곳이 많다”고 밝혔다.
저조한 수익률도 고민거리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확장하기 위해선 투자자 수요를 일으켜야 하는데 수익률이 가장 명확한 견인 요인이 된다. 진행중인 1차 테스트베드 운용 정보에 따르면 13일 기준 유형별 평균 기준가는 모두 코스피200 환산 기준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은 “많은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태동기라 볼 수 있다”며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본모습을 볼 수 있는 때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어떤 식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 할 수 있는지 1~2년을 두고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