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산재 감소 불구 건설업종만 유독 늘어…전문가 “안전에 대한 의식전환 필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지난달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우남역푸르지오 건설현장에서 열린 '2017 국가안전대진단 선포식'에서 건설현장 안전실천 다짐 결의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건설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 산업재해율만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 사망자수도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대규모 건설현장 모두에서 재해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가 높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현황을 집계한 결과 건설업 산업재해율은 0.84%로 전년(0.75%) 대비 0.09%포인트 늘었다. 전체 업종 산업재해율이 같은 기간 0.50%에서 0.49%로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 사망자수는 49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산업 종사자 사망자수 969명 중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지난해 건설업 사망재해율은 1.76%로 전년(1.47%) 대비 증가했다. 다른 업종의 사망재해율이 같은 기간 감소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가 시공하는 건설현장 사망자수도 늘었다. 상위 50대 건설업체의 지난해 사망자수는 90명으로 전년(68명) 대비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행동에 나섰다. 고용부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에 위치한 업체인 대림산업,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총 40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고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에는 각각 과태료 2억7185만원, 2억4590만원이 부과됐다.

이같은 건설재해 증가는 부동산 경기 활황 때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5년부터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다. 이에 각 건설사들은 건설공사 물량을 늘렸다. 실제 지난해 건축 준공 면적은 8756만7000㎡로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 뒤 착공에 들어갔던 공사현장이 늘어난 결과다. 자연스레 인력이 증가하면서 산업재해율이 늘게 됐다고 고용부는 분석했다.

반면 공사현장 증가와 별개로 건설현장 안전의식이 열악한 것도 산업재해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떨어짐, 부딪힘 등 사고성 사망재해는 1.58%로 전년 대비 0.28%포인트 증가했다. 안전모 착용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로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이같은 안전문제 발생은 각 업체의 안전 관련 예산과도 별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0대 건설사의 본사 안전보건관리비는 지난해 756조5000억원으로 전년(684조6000억원) 대비 10.4% 증가했다. 현장 안전보건관리비는 같은 기간 815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건설업 CEO 안전보건리더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 고용노동부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서 “국내 건설사는 뛰어난 시공기술력과 수주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 2년 간 세계 5대 건설강국으로 등극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국내 건설현장의 안전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산업재해가 소규모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혁신적인 안전관리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1~9인 건설사업장의 사망만인율(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수로 나눈 값)은 4.4%로 나타났다. 이는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만인율 (0.3%)과 14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전체 업종의 사업규모별 사망만인율 격차인 2.2배 대비 현격히 높은 수치다.

제주도에서 콘크리트 타설공일을 하고 있는 김수형씨(가명‧27)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공사권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지 않다. 또한 최근 공사가 늘면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아시바(비계, 자재운송 목적의 가설재)를 제외한 안전장비 착용, 안전설비 설치 등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50인 미만 소기업·20억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을 안전비용 지원사업인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 공사금액 20억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 순찰활동인 ‘안전보건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공사현장이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어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공사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수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 안전보건 지킴이 예산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문제에 대해 정부도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개별 사업장의 안전 관리자,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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