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불허하면 우선매수권 포기"… 벼랑끝 전술 성공할 지 미지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뉴스1

금호타이어 새 주인찾기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가 없다면 잔금 납입후 거래는 종결된다. 그러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은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능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에서 궁지에 몰린 박 회장 측이 판을 흔드는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3일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주 더블스타와 SPA 체결에 동의하고 이날 오전중 채권단과 더블스타 등 양측 변호사들간 실무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SPA 체결 전 박삼구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재차 요구했고 이날 오전 간담회를 통해 컨소시엄 불허시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우선매수권부여약정서의 해석에 촛점이 맞춰졌다. 관건은 지난 2010년 채권단과 박 회장 사이에 체결된 우선매수권이다. 약정서에는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채권단의 동의가 있으면 우선매수권의 양도를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금호아시아나 계열주의 컨소시엄은 불가능한데 우선협상대상자의 컨소시엄 허용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와 컨소시엄 구성은 지속적으로 부각된 요소다. 일단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에는 제3자 양도와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도 금지돼 있다.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 보다 높은 가격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지만 인수자금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컨소시엄은 다양한 구조가 가능한 만큼 구체적인 구성 방법을 확인하기 전까지 일률적으로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일단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해서는 개인 자금인 만큼 인수자격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반면 박 회장 개인 자산이 아닌 계열사나 제3자와 컨소시엄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날 박 회장 측의 요구는 제3자와의 컨소시엄 구성도 허용해달라는 이야기다.

 

◇경쟁력 강화 위해 컨소시엄 구성 불가피 VS 매각 원칙 수정 어려워

 

박 회장 측에서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금 여력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자체 자금으로는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박 회장 측의 제3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불허될 경우 우선인수권을 포기할 것이란 언급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박 회장 측에서는 인수자금 조달 여력과 관련해 확대해석할 여지는 남기지 않았다. 제3자와 컨소시엄 허용은 향후 그룹 계열사에 자금 부담을 전이시키지 않기 위한 요청이라는 이야기다. 박 회장 측이 인수 자금을 마련했는지 여부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빠지면 사실상 협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제3자와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 인수후 경쟁력 강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호타이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소요가 그룹에 부담되지 않으려면 국내외 전략적투자자들과 컨소시엄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 측에서는 매각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원칙을 수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한 상황에서 막판에 원칙을 수정한다면 더블스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채권단 측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개시 전 법률 해석까지 진행하며 절차상 만전을 기한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은 실사 과정을 포함해서 통상적인 매각 절차보다 천천히 진행됐고, 법률 해석도 신중하게 진행됐다"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참여할 기회가 충분히 부여된 데다 박 회장의 말만 믿고 원칙을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 기술 유출 부정적 여론 의식한 듯…"박 회장 측 사실상 승부수 던진 셈"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자금동원 여력 부족을 사실상 확인시켜준 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에서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궁지에 몰린 박 회장이 결국 여론전을 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포기 언급은 사실상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국내 주요 산업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두고 채권단이 딜레마에 빠진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경우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국내 2위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2004년 상하이차에 매각된 쌍용차는 이후 대주주가 기술만 빼먹고 도망갔다는 먹튀 논란에 휘말렸다.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중국계 자본 인수를 두고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자본에 인수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더블스타가 제시한 것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가 마무리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회사를 살려낸 뒤 재벌에게 되돌려준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가에 매각을 마무리 지으면 이런 부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말은 더블스타가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순간 사라졌다. SPA 체결까지 마무리된 시점에서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막을 방법은 우선매수권의 행사 뿐이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와 기술 유출 사이에서 해답이 없는 선택에 몰리게 됐다"며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SPA가 체결되는 날 이렇게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사실상 여론에 기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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