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VLCC 연이어 수주했지만…채산성 낮아 조선사에게는 불리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재 총 2건의 VLCC 수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홍콩 선사 브라이트오일(Brightoil Petroleum)은 현대중공업에 VLCC 5척 발주를 맡겼다. 이에 더해 5척 옵션 계약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VLCC 1척 가격은 약 8000만달러(한화 약 900억원)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받은 VLCC를 2019년 중반부터 2020년까지 선사에 차례로 인도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 선사 센텍 마린과도 VLCC 수주 협상 중이다. 센텍 마린은 현대중공업에 VLCC 2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홍콩 선사 10척(옵션 5척 포함)과 싱가포르 선사 2척을 더하면, 현대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수주 계약으로만 VLCC 10척 수주를 얻게 된다. 이같은 소식은 수주 가뭄에 허덕이는 회사에 단비다. 1척 당 8000만달러로 계산하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9억6000만달러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앞선 두 달 간 VLCC 총 4척의 수주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영국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VLCC 신조선가는 8100만달러 수준이다. 해운업이 호황이던 지난 2008년 VLCC 가격은 한 척에 1억6000만달러에 달했었다.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정확히 선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VLCC의 저렴한 가격은 조선사에 약이자 독이다. 전문가들은 수주 절벽이 지속되는 현재, 그나마 조선소가 VLCC 수주를 받을 수 있는 것은 VLCC 건조 가격이 낮기 때문으로 본다. 선사들은 저렴해진 선가로 발주 부담을 덜었다. 반면 조선사는 수주가 들어오니 받고는 있지만, 이전 선가의 절반 수준인 현 VLCC 가격 탓에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최근 조선시장에서 VLCC와 벌크선을 발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선박금융 시장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조선사간 경쟁으로 신조선가 상승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적었다.
한편 신조선가 하락에도 조선업계의 신규 선박 발주와 수주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시행되는 친환경 선박 규제로 VLCC·LNG선박 등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어떤 선박이 수주 대세로 떠오를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현재 VLCC 발주가 늘어나는 것이) 선사들이 2020년을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친환경 선박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규제 도입을 공언한 바 있다. 규제에 따라 선사들은 2020년부터 선박의 황산화물(SOx) 배출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선사들은 기존에 써온 선박 연료를 벙커C유에서 LNG 등 친환경 연료로 바꿔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선사들은 점차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