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배급작 싱글라이더 흥행실패…연내 등판할 후속작 'V.I.P'가 진짜 승부

영화 싱글라이더의 한 장면.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싱글라이더’가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영화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이하 워너코리아)가 영화 ‘밀정’ 대성공 이듬해 바로 내놓은 두 번째 배급작이다. 그렇다면 워너코리아는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에 빠진 걸까. 일단 평가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제작비 100억원 안팎의 블록버스터 ‘V.I.P’가 올해 나오기 때문이다. 


13일 영화산업계에 따르면 워너코리아의 두 번째 국내 투자배급작인 영화 싱글라이더의 누적관객수는 34만 9000명이다. 매출액은 26억 7000만원이다. 매출 상당수를 상영업자인 극장에 내줘야 하는 걸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이 주연을 맡고 거장 이창동 감독이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한 점에 비춰볼 때 아쉬운 결과다.

이에따라 워너코리아는 두 번째 작품에서 상업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됐다. 지난해 워너코리아가 국내에 첫 투자‧배급한 영화 ‘밀정’은 최종관객 750만명을 불러 모았다. 2016년 개봉작 중 전체 4위(한국영화 중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개봉 후 한 달 간 벌어들인 매출액은 613억원이다. 다만 싱글라이더는 밀정에 비해 상업적 텐트폴(주력작) 성격이 덜했다.

평단과 현장에서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디어에 공개된 평단의 평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다만 제작자들 사이서는 워너코리아가 흥미로운 도전을 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러나 이번 실패로 인해 워너코리아의 국내상륙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싱글라이더는 눈길 끄는 도전이긴 했지만 주력은 아니었다. 평가는 결국 대작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도전에 흔히 오는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벌써부터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싱글라이더 이후의 눈길은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V.I.P로 향한다. 지난해 10월 22일 크랭크인한 V.I.P는 3월 크랭크업했다.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다. 배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이 출연한다.

V.I.P는 한국 국정원, 미국 CIA, 북한 보안성 등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그를 쫓는 한국 수사팀의 이야기가 줄기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다.

이 때문에 이 영화의 제작비는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산업결산에 따르면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53.3%였다. 현장 일각에서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지만 어찌됐든 수익가능성은 높다는 얘기다.

최재원 워너코리아 대표에 대한 기대치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증권사 출신인 최 대표는 투자와 배급, 제작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영화인이다. 영화 ‘변호인’을 배급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최 대표의 역량은 올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공산이 크다. 

다만 싱글라이더의 실패가 V.I.P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한 영화산업 관계자는 싱글라이더 개봉 전 “(도리어) 첫 작품인 밀정은 감독과 배우 라인업(김지훈 감독, 송강호, 공유)이 좋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음 영화에서 나타날 역량에 따라 투자배급 전체 지형에 끼칠 진짜 영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가 말했던 ‘다음 영화’가 실패하면서 ‘그 다음 영화’이자 밀정처럼 안전한 선택인 블록버스터 V.I.P가 더 관심을 받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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