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토양에 기술력 더해 차세대 전지시장 노려
미국이 리튬이온전지 시장에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테슬라 등 스타트업들이 원천 기술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차전지 시장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2차전지 연구자들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2차전지 기술을 개발하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정책과 자금 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발전한 테슬라
미국은 그동안 2차전지 시장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밀렸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매출 70억달러를 거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 관계자는 “테슬라는 2010년 지원 받은 정부 보조금 4억6500만달러를 효율적으로 써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짓고 있다. 기가팩토리는 2020년 완공 목표로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들어설 리튬이온전지 생산 공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전지기업 파나소닉과 손잡고 50억달러를 투자했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전지 생산량을 2018년까지 35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공정율은 30% 안팎으로 알려졌다. 1월 5일(현지시각)부터는 일부 설비에서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는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 파워월(Power Wall)과 상업용 ESS 파워팩(Power Pack) 2.0를 생산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3에도 기가팩토리 전지가 들어간다. 머스크 회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안에 3, 4번째 기가팩토리 입지를 정하고 5번째 공장입지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책 지원에 불어나는 2차전지 스타트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1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했다. 미국 중소기업청은 임팩트투자펀드(Impact Investment Fund)와 초기단계투자펀드(Early-Stage Innovation Fund)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임팩트투자는 낙후지역에서 시작한 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유망분야 기업에게 투자한다. 초기단계투자펀드는 초기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빌려준다.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은 심사를 거쳐 두 기금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또 기업경영자·벤처투자자·엔젤투자자·대학·기업·연구재단을 아우르는 비영리재단 미국스타트업파트너십(SUAP)으로부터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전기차 소유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기관에게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기차나 ESS 동력원은 2차전지다. 결국 미국이 2차전지 시장을 정책적으로 키운 셈이다.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자와 시장을 연결했다.
대표 사례는 고체전지 개발업체 아이오닉 머티리얼스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소재 터프츠대학(Tufts University) 재료공학과 교수 마이크 짐머만(Mike Zimmerman)이 2011년 설립했다.
짐머만 교수는 전해액을 세라믹화합물로 대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로 투자금 429만달러를 유치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300만달러를 지원했다.
카덴차(Cadenza)는 새 리튬이온전지 설계방법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다. 보스턴 파워 공동 설립자 크리스티나 램프-오너드가 만든 기업이다. 카덴차는 미국 에너지부 연구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2차전지 연구원은 “스타트업이 활성화한 토양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받쳐주니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손쉽게 상업화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연구 수준은 결코 이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새 기술이 시장에 나올 수 있게 정부가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