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미국 재고량 급증에 이틀만에 7% 하락…OPEC 감산 합의 이행여부가 유가 향방 변수

9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미국 원유 재고량 급증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올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가 무너지면서 유가 향방에 대한 투자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유가 하락은 미국 원유 재고량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일각에선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점진적인 유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반면 원유 수요량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대세적인 유가 상승 흐름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제 유가가 폭락했다. 9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 내린 배럴당 49.28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5.38% 급락한 것에 더해 이틀만에 7% 넘게 하락했다. WTI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도 지난 7일 배럴당 55.92달러에서 이날 52.19달러로 6.6% 떨어졌다.

미국내 원유 재고 급증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8일 3월 첫 째주 미국 원유 재고가 5억2840만배럴이라 발표했다. 이는 EIA가 주간 원유 재고 집계를 시작한 1982년 이래 가장 많은 재고량이다. 더불어 이는 전문가 전망치인 200만 배럴을 4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유가 하락은 시장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OPEC 감산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상반기 배럴당 최대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 감산 합의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장관 에울로히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최대 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가가 떨어지자 향후 유가 향방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미국 셰일 오일 증산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감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 유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라시아그룹의 상품 전략 담당자인 브루노 스탠지알레 (Bruun Stanziale)는 “미국 셰일 오일 생산량이 늘고 있어 유가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라 밝혔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와인버그 애널리스트도 미국 CNBC 방송에서 “OPEC 내에서 쿠웨이트와 사우디를 제외하면 나머지 회원국의 감산 이행률은 50%에도 못 미친다”며 “두 나라가 장기간 모든 짐을 지고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OPEC 감산 합의가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제프 커리 (Jeff Currie)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 국가의 감산합의 준수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에삼 알 마르조크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컨퍼런스에서 “지난달 비회원국들의 이행률은 50~60%이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률은 140%에 이르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제 유가 향방은 미국 오일 생산량과 재고량을 감산에 동참하는 산유국들의 감축량이 상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생산량도 중요하지만 감산 합의국가들 간에 신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유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