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했지만 피해 입어…중국 자동차 기술 발전, 한국차 외면 가능성 높아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 부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즉각 국내 기업 때리기에 들어갔다. 정경일체(政經一體) 사회인 중국이 결정한 보복 조처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사드 보복 여파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큰 타격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는 중국 현지 법인과 합작하는 만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법인과 합작사를 설립해야 한다. 단독 법인으로 들어갈 수 없는 형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북경현대, 사천현대기차유한공사, 둥펑위에다기아 등 3개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대부분 50 대 50 합작이 대부분이다. 중국이 국내 자동차 기업 피해 준다는 건 중국 자국 기업도 50% 손해를 입는다”며 “고육책이 아닌 이상 국내 기업을 크게 압박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합작법인을 이유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예단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부터 중·일 간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센카쿠 분쟁은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 주장하며 번진 국제 분쟁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2012년 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같은 해 10월에 일본 자동차사는 매출 72.6% 급감이라는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운동 여파는 1년간 지속되다가 2013년 9월에야 사그라들었다.
당시에도 일본은 중국에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해있었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실 일본도 조인트벤처(합작법인) 형태로 중국에 들어갔지만 피해를 입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에 상황이 괜찮을 거라고 바라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논리 대로였다면 센카쿠 분쟁 때 일본 자동차사에도 피해가 없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센카쿠 분쟁으로 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 사태와는 다른 점이 또 있다. 바로 중국 내 로컬 자동차 업체의 성장이다. 2012년에는 일본 자동차 기업 기술력은 중국 기업에 크게 앞섰다. 중국인들은 분쟁 초기에 정치 문제와 무관하게 일본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분쟁이 장기화되자 일본 자동차 업체는 판매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과거보다 중국차 수준이 높아진 지금, 사드 배치로 반한 감정이 고조된 중국인들이 굳이 한국차를 찾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완성차 업체인 창안 자동차는 30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창안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내 상반기 점유율 5.6%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눌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중일 분쟁 당시에는 일본차 수준이 중국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중국인들도 분쟁 초반에는 ‘내 돈 내고 좋은 차 산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럼에도 갈수록 일본차 실적이 떨어졌다”라며 "지금은 중국차가 당시보다 크게 성장했다. 중국차 업체에 밀리기도 한다. 현재처럼 계속 한국 적대감이 쌓이다 보면, 중국 로컬 자동차사에 밀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함께 봤던 한·중 간 역사적인 경험은 고려해야 할 변수다. 중국은 2012년 일본 기업 때리기 일환으로 반일감정을 적극 활용했다. 중국은 1937년 중일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2012년 난징 출장 당시, 중국 정부가 난징 대학살 영상 등 공영방송에 일본 만행을 보여줬다. 이런 것들이 중국인 감정을 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러한 역사 문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당시 일본만큼의 타격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단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