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HUG에 제동 걸리는 등 사업장마다 구설수…수주경쟁서 불법 혐의로 수사 받기도

 

 

현대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THE H(디에이치)의 행보가 순탄치 않다. 첫 사업장에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을 수차례 거절당하더니, 최근 수주전에 뛰어들기로 공식화 한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 분양가 책정을 두고도 HUG로부터 발목잡힌 과거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통해 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와 매맷가 인상을 견인하는게 문제라며 비난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천주공1단지 정비사업권 획득에 나선 현대건설은 이곳에 힐스테이트 대신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을 약속하며, 조합원에게 추후 분양할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격을 3300만원 선이 되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이를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로 계산하면 총분양가는 11억~12억원으로 웬만한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를 웃돈다. 아무리 과천이 준강남이라지만 이는 주택경기 좋았던 지난해에 인근서 분양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주공7-2단지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인 2800만원보다도 평당 500만원, 전용 84㎡ 아파트 기준으로 1년 새 1억5000만원 이상 비싸진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재건축 사업권을 획득하려는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3.3㎡당 평균분양가를 올려잡는다. 일반분양가 인상은 조합원이 입주시 내야할 추가분담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합원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결국 건설사는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어 좋고, 조합원은 돈을 적게 들이고 고가 아파트를 손에 쥘 수 있어 좋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된다. 대신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이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앉게 된다. 이처럼 형성된 분양가는 이미 지어져있는 기존주택 값의 인상을 유발한다. 이는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이들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빚게 된다.

주택시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HUG가 나섰다. 현대건설이 최근 과천1단지에서 제시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자 해당 사업장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로 인해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에 따라 필요하다면 보증리스크 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디에이치 3호 사업장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현대건설의 과천주공1단지 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하반기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한 1호 사업장에서 이미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택지개발지구 내에서는 개포시영을 비롯해 개포주공1~4단지가 재건축을 진행중이다. 재건축 후 준공시점인 2020년 경에는 1만3000단지가 들어선다. 현대건설은 이가운데 3단지 재건축 사업권을 수주했는데 이곳을 랜드마크 단지로 건설하기 위해 3.3㎡당 445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인근 시세대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거듭 거절당했다. 그 후 4310만원으로, 결국 4130만원 선으로 재차 내린 바 있다. 최초 제시한 분양가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전용 84㎡ 아파트 기준 1억원이 내려간 것이다.

디에이치 2호 사업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에서는 사업자 선정 당시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조합원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개별 홍보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홍보공영제 위반을 이유로 결국 수사를 받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도입으로 인해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한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팀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들에 도입되는 내부 마감재는 건설사들이 매긴 높은등급의 상품이 적용되긴 하지만 그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쳐서 분양가를 부풀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개포에서 디에이치아너힐즈가 분양한 이후로 강남에서 연이어 나온 재건축 분양단지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아졌다. 결국 소수의 수요층으로 대상으로 한 아파트 단지 하나가 일반 수요층 타깃의 아파트를 포함한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를 통한 분양가 상승 유도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한편, 과천에서는 이번 주공1단지 이후로도 재건축이 대규모로 추진된다. 4,5,10단지 등 사업자 선정을 앞둔 단지들이 잡혀 시공권 확보를 위해 고급화를 앞세운 건설사들의 경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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