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법, 국회서 1년째 계류…지자체는 예산 묶여 개발 속도 못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열린 제1호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 및 임시운행 시연행사 중 운전석에 앉아보고 있다. /사진=뉴스1
4차 산업혁명 주역이자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율주행차가 규제에 묶였다. 자율주행차 개발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국회서 1년째 잠들어있는 탓이다. 자율주행실험 도시 지정도 건축법에 묶여 조성이 까다롭다. 전문가는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 등 규제 완화가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 성장에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 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고도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관련 업체뿐 아니라 구글 등 IT(정보기술) 기업, 5G를 주도하는 이동통신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주목하는 핵심 미래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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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정부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정부 의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자율주행기술 개발 의지와 현실은 괴리돼있다. ​

 

◇규제프리존법 잠자는 사이 자율주행 전략도시도 ‘강제 휴면’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주행차 육성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규제프리존 지정이다. 정부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12월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규제프리존에 대해 언급했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14개 시·도별 전략산업을 지정했다. 이 중 자율주행차 전략 도시로 선택된 곳이 대구광역시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은 현재 국회서 1년 넘게 잠들어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대한 특별 법안’을 발의했지만 기한이 만료돼 폐기됐다. 이어 20대 국회를 맞아 지난해 5월 재발의됐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에 밀려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 관계자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 시험 단계부터, 도로 인프라 구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인프라 구축 예산을 포함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지 않는 탓에 지원금이 없어 관련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대구시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안전 운행에 필요한 제도·기반 시설(인프라)·교통정보 시스템​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하고, 인프라를 대구시에 우선적으로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 

 

더불어 국토부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현재 국토부 장관만이 갖고 있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권한을 대구시에도 부여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서 자율주행차가 도로 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국토부로부터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는 현대자동차,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현대모비스, 교통안전공단, KAIST, 네이버랩스 등이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돼야 국토부와 대구시 간 더욱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단 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량이 도로 임시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며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이 권한이 대구시장에도 부여된다. 대구시장이 임시운행 허가를 내줄 수 있게 되면 테스트 절차 과정에서 소요 시간이 많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건축법에도 막혀있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의 중추는 주행 데이터다. 시험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도로를 달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자율주행 시험 운행이 필요하다. 시험 운행을 위해서는 운행할 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험운행 부지를 조성하는 것도 규제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운행장은 일종의 가상 도시인데 이곳에는 도로와 가건물들이 필요하다. 영화 세트장처럼 프레임만 세워도 충분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가건물도 건축법에 따라야 한다”면서 “결국 건축법에 막혀서 제대로 설치가 안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유연성 없는 규제가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건축법에 따르면 가건물도 허가를 받아야 세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설 건축물(가건물) 같은 경우는 가설 건축물 축조 신고를 따로 받고 있다”라며 “대신 가건물의 경우 일반 건축물보다는 규제를 완화해서 허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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