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철광석 가격 동향도 기관마다 크게 엇갈려
최근 철광석 가격이 이상폭등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철광석 공급량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철광석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의 이상폭등이 위안화 약세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한 투기 자금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지난 2015년 12월 톤당 39달러로 8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85%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연초 대비 18% 이상 상승한 톤당 94.8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저점 대비 150% 이상 오른 것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내놓은 최근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최근 철광석 가격 이상폭등 요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공사는 철광석 가격 상승 현상에 투기 자금 유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철광석 가격의 상승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하락 또는 급락세를 예견해온 전문가들의 전망흐름과 반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이후 철광석 가격 반등을 유도한 원료탄 가격이 명확한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수치라 더욱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철광석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메이져 빅4(베일, 리오틴토, BHP, 포르테스큐)는 올해도 여전히 68~70%수준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며, 생산량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호주의 철광석 수출 선적 물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8억1000만톤, 브라질의 선적 물량은 5.7% 증가한 3억6000만톤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 9000만톤 생산용량의 브라질 S11D 프로젝트가 연초 첫 선적을 개시했고 미나스 리오 광산 및 호주 로이힐 광산도 생산량을 증대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BHP는 짐블레바 광산 증산 성공으로 공급 물량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사마르코 광산도 연내 조업 재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메이져 광산 업체의 증산이 올해 수천만 톤에 달하는 철광석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차세대 국가 기간산업은 에너지집약형이 아닌 첨단기술혁신 산업임을 선언했다. 아울러 뉴 노멀 시대의 중속성장 및 친환경 정책방향 등을 고려할 때 철강 수요가 증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광물공사 자원정보협력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올해 23개성 4조 위안의 철도 및 항공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지난해 철강시장과 같은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며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흐름으로 중국 철강재의 판매가 위축될 수 있어 1억톤 이상의 잉여생산 철강재 처리도 예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철광석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번 철광석 가격 상승은 논린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지속적으로 철강수요가 감소하고 철광석 공급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주요 항구의 철광석 재고량마저 사상 최고치인 1억2000만톤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자원정보협력팀은 수요와 공급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철광석 가격 상승과 관련해, 투기 자금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와 채권가격 하락, 부동산시장 위축 여파로 갈 곳을 잃은 투기 자금 철광석 및 철강재 관련 선물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선물 가격상승세가 현물시장으로 전이돼 철광석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한편, 전문 기관들의 올해 철광석 가격 전망치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망 전문 기관인 씨티그룹은 올해 철광석 가격이 하반기에 급락해 톤당 53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드맥킨지는 올해 S11D 등 대형광산 물량공세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시점이 철광석 가격 급락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영국 인베스트는 가장 낙관적인 76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자원정보협력팀 관계자는 “ 하반기 시장 가격 전망치는 톤당 40달러대의 낮은 가격에서부터 현재와 같은 가격대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까지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철광석 시장에서 수급 경제논리보다는 투기 자본 세력의 흐름이 막강한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