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산업대출 4년 만에 감소…부동산 및 임대업은 큰 폭 늘어 '대조'
제조업 대출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만 늘어나는 비대칭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산업 대출은 조선업 등 일부 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시중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등 기업 대출이 질적으로 악화됐다. 그나마 시설자금 대출이 소폭 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 산업 대출 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 심화
지난해 4분기 산업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기업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985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000억원 감소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2년 4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산업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협 등 예금취급기관이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빌려준 돈을 뜻한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 대출이 부진했다. 지난해말 기준 제조업 대출 잔액은 32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조3000억원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제조업 대출은 지난해 1분기 1.5%, 2분기 0.4%, 3분기 1%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4분기 들어 대출이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건설업 대출 잔액 역시 37억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700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타운송장비,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1차금속 등 대부분의 업종 대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말 은행 채권단 중심으로 조선업 등 일부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출금이 출자금으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전체 산업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서비스업은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쏠림 현상은 지속됐다. 지난해말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569조1000억원으로 12조7000억원 늘었다. 서비스업 대출은 제조업과 건설업과는 달리 지난해 4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 폭도 2015년 4분기 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특히 부동산 및 임대업이 6조원 급증한 영향이 서비스업 대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숙박과 음식점업도 2조1000억원 늘어났다.
◇ 부채 질 악화···설비 투자 증가 기대감은 ‘솔솔’
대출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부채 질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말 산업별 대출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금은행 잔액은 80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6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78억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7000억원 증가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6% 증가했다. 시중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설자금 대출이 소폭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4분기말 운전자금 대출 잔액은 589조9000억원으로 계절적 요인 탓에 전분기 대비 13조2000억원 감소했다. 반대로 시설자금 용도 대출 잔액은 39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도 11.5% 증가하며 대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설비 대출 증가는 투자가 늘지 않고 있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기업 대출은 일반적으로 투자로 연결되는 속성이 있다”며 “기업 대출이 제 2금융권에 몰리고 있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시설 자금을 위한 대출이 늘고 있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4년 전년대비 6%, 2015년 5.3%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4%로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