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판매량 40여대…판촉 강화에도 라보·다마스 1/20 판매

중국산 소형 상용차인 북기은상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이 국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일 소형 상용차인 라보와 다마스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내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고객 인도 이후 끊임없는 품질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북기은상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은 2015년 11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500여대가 팔렸다.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월평균 41대가 팔린 셈이다. 이마저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을 합한 판매량이다.

북기은상 소형 상용차를 수입·판매하는 중한자동차가 올해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600 출시에 맞춰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은 100여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월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9대 정도 늘어난 셈이다.

중한자동차가 경쟁 모델로 지목한 한국GM 소형 상용차 라보와 다마스는 지난달 각각 472대, 407대씩 총 879대가 팔렸다. 당초 중한자동차는 라보와 다마스에는 없는 각종 편의장비 및 안전장치가 장착된 만큼 경쟁이 가능하다는 태도였지만, 판매량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북기은상 CK미니트럭(왼쪽)과 한국GM 다마스. / 사진 = 중한자동차, 한국GM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라보와 다마스는 1991년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후 26년째 상품성 개선이 없는 차임에도 중국산과 경쟁하기에는 손색없는 차”라며 “최근 CK미니트럭과 CK미니밴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품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리콜센터와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산 소형 상용차 품질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CK미니밴을 구매한 서아무개씨(42)는 “프레임이 뒤틀려 문이 잘 안 닫히고 실연비도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CK미니트럭을 구매한 조진호씨(29)는 “편의장비 및 안전장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산 소형 상용차보다 비싼 돈을 주고 중국차를 샀지만,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씨는 “브레이크 분진에 적재함 녹에 차를 산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상태가 말이 아니다”라며 “라보보다 150만원 가까이 더 비싼 가격에 차를 샀는데 차량 상태는 물론 경차 혜택까지 받지 못해 중국차를 산 게 과연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전장치가 추가된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 판매가격은 각각 1140만원, 1080만원으로 1028만원인 다마스와 908만원인 라보보다 가격이 소폭 비싸다. 1.4ℓ 자연 흡기 휘발유 엔진이 탑재돼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상용차 시장에 출시된 중국산 차는 절대 싸지 않다”면서 “경차 혜택이 빠진 중국산 소형 상용차를 사느니 CK미니트럭 판매가격인 1085만원에 435만원을 더해 포터 기본 모델을 사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상용차 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 완성차 업체 둥펑쏘콘(DFSK)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둥펑쏘콘은 운전석 에어백 기본 장착 등 안전장치를 무기로 현대차 포터가 독주하고 있는 1톤 트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포톤자동차가 2015년 5월 출시한 픽업트럭 툰랜드. / 사진 = 포톤자동차
업계에서는 북기은상 소형 상용차 역시 중국산 차가 밟아온 전처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중국산 차는 출시 초기 반짝 관심을 받고 금세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2012년 국내에 진출한 중국 완성차 업체 선롱버스는 2015년 안전장치 결함으로 리콜 조처를 받은 이후 판매가 멈춰 섰다. 2015년 5월 픽업트럭 출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포톤자동차도 소음 문제와 수동 차량이라는 단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중국산은 질이 나쁘다는 편견이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며 “단적으로 적재함에 녹이 스는 문제는 비단 중국산 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완성차 업체의 국내 진출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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