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게임시장으로 급부상…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접근 필요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7.7% 성장한 1655억7000만 위안(약 27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20%대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뉴주도 2017년 중국 게임시장이 매출 264억 달러를 기록, 243억 달러의 미국을 앞지르고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게임시장 내 ‘개발·퍼블리싱·플랫폼’을 장악한 텐센트는 2013년 이후 게임 매출 규모에서 일렉 트로닉아츠(EA), 액티비전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소니(Sony), 마이크로 소프트(Microsoft), 닌텐도(Nintendo) 등 글로벌 게임업체를 앞지르며 중국 1위 게임업체에서 글로벌 1위 게임업체로 자리 잡았다. 중국 게임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글로벌 게임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대형 게임업체의 등장과 자국 인터넷 인구의 증가 등으로 중국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중국 게임업계는 해외 유명 게임업체의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중국 게임업체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단일 국가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고 인기를 얻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다.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광고업체 요우미(Youmi)에 따르면, 중국 내 모바일 게임 중 월 매출 5000만 위안(약 85억원)과 500만 위안(약 8억원) 이상의 흥행작은 각각 1%, 2%에 불과하고, 전체의 5%만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텐센트, 넷이즈 등 특정 업체 위주의 시장 고착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중소 업체의 입지는 점차 위축되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퍼블리싱 비용 및 마켓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전체 매출의 15∼25%만이 개발사의 수익으로 배분된다. 한국에서 구글플레이(Google Play) 등의 앱마켓과 카카오 등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경우, 45∼70%가량의 매출을 얻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적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중국 퍼블리셔가 게임을 현지 시장에 맞춰 수정을 요청할 경우 게임 출시가 지연되거나, 아예 출시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기준 5억 7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게이머 수는 중국에 진출할 시 직면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가 끊임없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넥슨이 대형 게임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중국에서의 성공을 꼽기도 한다. 중국에서 PC온라인 게임시장이 막 태동할 당시, 넥슨은 자사가 퍼블리싱 한 ‘던전앤파이터’ 등을 앞세워 중국에 진출, 높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PC온라인과 달리 모바일시장에서 국내 게임들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주얼 중심의 모바일게임들이 중국 게이머 입맛에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이 중국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중국 시장 공략이 한층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 국내 중소개발사들은 여전히 중국 진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마케팅 활동이 필수로 여겨진다. 중소 개발사로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마케팅 활동을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틈새 게임시장을 공략한다면 중소 개발사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 퍼블리셔들은 대기업이 장악한 RPG 장르에서 벗어나 틈새 시장을 탐색하고 있어, 중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한국에서 확대 추세인 ‘여성향’ 게임시장의 경우 중국 틈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게이머의 34.4%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게임시장은 틈새 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
국내 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국내 중소 개발사의 게임이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일례로 창의성이 높은 국내 인디 게임의 경우, 중국 게임업체가 마치 자사가 개발한 것처럼 불법 유통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국내 개발사가 인지하더라도 정식으로 항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등이 만만치 않고, 항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정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를 개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중국 게이머에 최적화된 매출 창출 방안을 고려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 게이머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중국 게임시장에 적용할 경우 실패확률이 높다”며 “중국의 경우 안드로이드 마켓이 파편화돼 있어 다양한 앱마켓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다양한 스마트 단말이 존재하고 있는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호환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는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간 차별에 대해 비판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당연히 여긴다”며 “중국 게임업계가 VIP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