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내 완성차 판매 실적… “도심주행 RV 기술 개발 덕분”

지난달 승용차와 RV(레저용 차량), 상용차 판매는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가 내수 판매에서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승용차 판매는 주춤했지만 RV·상용차 시장 성장세는 뚜렷했다. 앞으로도 SUV 포함 RV계 차량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지난달 차량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얼어붙은 국내 경기에도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은 내수 시장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서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한 5만3113대 판매했다. 기아차는 국내 판매 3만9158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 성장했다. 쌍용차 내수 판매량은 810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한국지엠은 1만1227대를 팔았지만 지난해 2월과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1.7%)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전년 대비 87.8% 늘어난 8008대를 팔았다.    

특히 차종 별 판매 증감률 차이가 눈에 띈다. 승용차 판매 성장은 주춤한 데 반해, SUV·미니밴·왜건(Wagon) 등 RV와 트럭, 버스 등 상용차 판매는 증가했다.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등 현대차 승용차 지난달 판매량은 총 2만39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올 1월과 비교하면 15.6% 늘었다.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를 포함한 RV는 지난달 9913대 팔렸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 하락했지만, 올 1월(6654대)과 비교하면 49%가 성장한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달 버스, 트럭 등 대형 상용차 2930대를 팔았다. 이는 1월(2281대) 대비 28.5%, 전년 동월(2256대)와 비교했을 땐 29.9% 증가한 실적이다. 승용차 판매 증가율보다 RV와 상용차 판매 증가율이 더욱 뚜렷하다.    

기아차 지난달 승용차 판매 실적은 올 1월 출시된 경차 모닝(6156대) 신차효과 덕을 봤다. 기아차 승용차는 총 1만7297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19.8% 성장했다. 하지만 이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2% 떨어진 수치다. 기아차 대표 승용차인 K 시리즈  판매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K3(2048대), K5(2726대), K7(4388대), K9(149대)은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각각 -41.8%, -24.6%, -27.4%, -25.9% 증감률을 기록했다.   

반면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등 기아차 RV는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한 총 1만6300대가 팔렸다. 이는 1월과 비교해도 5.3% 늘어난 수치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 판매량도 지난해 2월과 비교해 29.8% 증가한 5561대가 판매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줄줄이 고배를 마신 K 시리즈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크루즈, 말리부 등 승용차는 지난달 7821대 팔렸다. 이는 전월(8701대) 대비 10.1%, 전년 동월(8777대) 대비 10.9% 떨어진 실적이다. 말리부는 지난달 2271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4.5%나 판매가 급증했으나, 말리부만으로 승용차 성장을 견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크루즈 탓이다. 지난 1월 공개된 올 뉴 크루즈는 2월 고객 인도 예정이었지만 부품과 제작 결함으로 인도가 3월로 미뤄졌다. 크루즈는 한국지엠 주력 차종인 터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반면 한국지엠 RV 모델은 급성장했다. 트랙스(1740대), 올란도(597대), 캡티바(190대) 등 한국지엠 RV 차량은 지난달 2527대 팔렸다. 1월(2318대) 대비 9.0%, 지난해 동월(1781대) 대비 41.9% 성장했다. 상용차도 힘을 냈다. 지난달 다마스와 라보는 각각 407대, 472대가 팔리며 총 879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4%, 전월과 비교하면 42.9% 늘어난 판매량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SUV 등 RV 차량은 2013년 이후로 오프로드뿐 아니라 도심 주행에서도 승용차와 같은 승차감을 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왔다. 도심형으로 바뀌면서 연비 효율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추세다. 기아차 SUV 니로가 대표적”이라며 “RV 차량은 출퇴근용뿐 아니라 주말에도 쓸 수 있고 상업용, 영업용으로 복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이 판매 실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승용차는 현재 개발 중인 자율 주행 등 첨단 기술을 제외하면 2008년이나 2009년 생산되던 승용차와 차별화되는 메리트가 특별히 없다 보니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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