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관팀 해체 후 계열사 경영기획실 역할 부각…그룹차원 대관업무는 사라질듯
삼성이 대관팀을 해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래전략실 폐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인데 재계에선 현실적으로 대관업무를 아예 접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모아 말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미래전략실 해체를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래전략실 산하 7개 팀(전략팀·기획팀·인사지원팀·법무팀·커뮤니케이션팀·경영진단팀·금융일류화지원팀)이 해체되며 이에 따라 기획팀에서 담당하던 대관 업무 역시 사라지게 됐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사실상 대관팀 폐지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전략실 폐지는 해당 조직이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 때문인데 정확히 말하면 미래전략실 전체가 아니라 장충기 사장을 필두로 하는 대관팀이 도맡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재판을 받게 된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외 나머지 팀장들이 모두 사임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당분간 대관 업무로 여겨지는 일체 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대관 업무로 논란이 일게 될 경우 적지 않은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의 대관업무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대관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관업무는 기업이 처한 상황을 국회 및 정부에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얻는 일종의 휴민트(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다. 명칭만 다를 뿐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하고 있는 활동이지만 이번 최순실 논란으로 부정적 면이 부각됐다.
대관 담당자 및 이들을 접촉하는 인사들은 삼성이 각 계열사별로 관련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실 삼성의 대관 업무는 미래전략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회사 입장을 설명하는 실무는 각 계열사에서 움직여 왔다. 삼성 대관팀과 접촉해 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미래전략실 대관팀을 없앤다는 선언일 뿐 사실상 계열사별 활동은 당연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 계열사 경영기획실은 대관업무를 위한 조직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대관 담당자는 “계열사별로 1, 2팀을 나눠 1팀은 기존 경영기획업무를 하고 2팀은 계열사와 직접 관련된 정부기관들을 접촉하는 대외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삼성이 대관 업무를 접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며 어떤 기업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기업 대관 담당자 역시 “유관 기관에서도 기업의 누군가 와서 상황을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데 대관업무를 어떻게 없애겠나”라며 “삼성이 말하는 대관조직 해체는 로비를 안하겠다는 것이지 계열사별로 대관업무는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충기 사장이 있을 때처럼 그룹 차원의 조직적 대관 활동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대관활동은 각 사별로 이슈가 있을 때 움직이는 식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들어 보험업과 관련한 이슈가 있으면 삼성생명에서 관계부처를 만나 입장을 설명하고, IT와 관련한 이슈가 있으면 삼성전자에서 나서는 식이다.
한편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 삼성의 조직개편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오는 5월께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