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적·물적 운용 능력 부족…국민재산증식 만능통장 구호 무색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 1년을 맞았다. 출시 당시 금융당국은 ISA가 국민재산 증식을 위한 만능통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1년이 지난 ISA 결과는 초라하다. 수익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향상을 위한 금융사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국민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금융권에 ISA를 도입했다.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ELS) 등 여러 업권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종합자산관리 계좌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ISA를 판매한다.
ISA는 출시 초기 반짝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120만명이 가입했다. 지난해 4월에도 57만명이 가입했다.
곧 가입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7월 ISA 가입자는 1만7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악화됐다. 가입자가 순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만5075명이 줄었다. 지난달에는 2만9000명 순감했다.
가입자가 줄면서 전월대비 가입금액 증가율도 대폭 줄었다. 지난 7월 가입금액 증가율은 전달 보다 75.9% 줄었다. 이후 가입액 증가율은 소폭 늘다가 다시 지난해 12월 전달보다 54.9% 줄었다.
ISA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무엇보다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비과세는 그림의 떡이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ISA 평균 수익률은 0.49%, 수수료는 0.88%다. ISA 가입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1월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출시한 일임형 ISA MP(모델포트폴리오) 46개 중 11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20개 상품이 0%대 수익률이었다.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낮다.
일임형 ISA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금융사의 ISA 운용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 금융사의 ISA 경쟁력은 의심이 간다"며 "금융사들은 저금리 시대 ISA 상품 구성을 대부분 채권으로 채웠다. 그러나 현재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상품 구성을 그대로 둬 수익률이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가입 대상과 가입 기간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ISA 수익률 향상을 위한 금융사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규림 선임연구원은 "ISA는 운용 수익이 나야 비과세도 받는다. 무엇보다 수익률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금융사가 시장 상황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사의 운용 책임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금융사는 ISA를 운영할 인적·물적 능력 부족하다"며 "ISA를 폐지하거나 새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