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늘려 호실적 내고 외국인 주주만 배불러" vs "실적만큼 배당 확대는 투자자 신뢰위해 중요"

올해 국내 3대 금융지주의 고배당 정책은 변함이 없을 전망된다. 지난해 지주 실적이 대폭 개선돼 배당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사진=뉴스1

국내 3대 금융지주의 고배당 잔치가 시작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 당기순익 성장을 끌어낸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전년보다 높게 잡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주 호실적이 가계대출 등 은행 대출 확대에 따른 결과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고배당 수익 잔치에 대한 비판이 함께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이 3월 주총을 앞두고 배당률을 일제히 높이며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8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2일 공시했다. 지난해 500원보다 60%나 늘었다. 하나금융지주가 결정한 총 배당금 규모는 2368억원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각각 주당 1450원, 125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의했다. 전년 대비 각각 20.8%, 28% 늘어난 금액이다. 총 배당규모는 신한 6876억원(전년비 1190억원 증액), 국민 4980억원(1200억원 증액)이다.

이는 지난해 각 금융지주가 발표한 호실적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2조77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7.2%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1년 3조1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KB금융도 실적발표를 통해 작년 당기순이익이 2조14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26.2%나 늘었다. 특히 이번 당기순익 발표로 KB금융은 당기순익 '2조 클럽'에 재진입하면서 지난 2011년(2조3073억원)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지주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451억원이다. 전년보다 47.9% 증가하며 3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도 다른 지주사처럼 2012년 이후 최고의 연간 실적을 기록했다. 외환은행 통합 시너지가 발생하면서 질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금융지주 호실적에 투자자들은 높은 배당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외국인 지분이 높아 국내 금융지주의 과도한 배당이 외국인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지주 호실적이 각 지주 은행의 대출 자산 확대에 따른 결과로 나타났다. 결국 국민이 낸 이자로 외국인 투자자만 위하게 됐다는 비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주사별로 외국인 보유 지분을 보면 신한(67.82%), 국민(63.03%), 하나금융지주(69.46%)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지주 실적을 보면 3개 지주사 모두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일회성 요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지주사 실적은 은행 실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은행 수익이 곧바로 지주사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을 전년보다 6.3% 늘렸다. 국민은행도 전년보다 가계대출 규모를 6.8% 늘렸다. 하나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전년보다 8.4% 증가하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지난해 3대 금융지주가 역대 최고 수준의 당기순익을 가계 빚을 통한 이자이익 증가를 통해 이뤄내 지주사 배당금 잔치가 가능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상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마다 대출 자산으로 만든 실적으로 고배당을 하게 되면 자산건전성에도 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도 지난해 11월 시중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통해 적정수준의 자본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배당금 지급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도 지난달 2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배당성향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면서 "은행은 성장주가 아니고 배당에 매력을 가지고 투자하는 주식이기 때문에 좋은 배당전략을 각 은행이 마련하는 일이 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진 만큼 배당을 확대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다. 실적이 좋아져서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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