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성별 설비감축 성과 논의할 듯…공급과잉 해소 본격화
관리들이 마을 주민을 시켜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용광로를 지었다. 중앙정부가 마을마다 강철을 생산하란다. 농촌에서 돌과 철광석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마을 용광로에는 모든 금속제 물건이 들어갔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농기구는 물론 가정집 젓가락까지 들어갔다. 이렇게 생산한 철은 당연히 질이 나빴다.
중국 작가 장융이 그의 책 ‘대륙의 딸’에서 중국 산업화 과정, 대약진운동을 묘사한 부분이다. 1950년대 중국은 산업화 명목으로 무리하게 철 생산을 늘렸다. 고철을 넣어 고철만 생산한 대약진운동은 세계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지금 중국은 전세계 철강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철강업계 ‘큰 손’으로 거듭났다. 2015년부터 불거진 철강구조조정 원인으로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이 가장 많이 꼽힌다. 여기에 최대 철강 수요처중 하나인 조선업이 붕괴됐다. 수요가 적은데 공급은 많아 철강사들은 하나둘 사업을 접거나 공장가동을 줄였다. 중국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나서야 다른 나라 철강사들도 숨통이 트였다.
올해 양회에서도 철강 구조조정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양회는 중국에서 열리는 대형 정치행사 두 가지를 일컫는다. 하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정협은 정책건의 및 법률과 정책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중국 최고 정책자문기구다. 다른 하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다. 전인대는 중국 입법기관이자 최고 권력기관으로 입법, 임면, 예산심의 비준을 맡는다.
지난 1월 7일부터 허베이성을 시작으로 중국 각 지역에서는 지방 양회가 진행됐다. 공통 열쇳말은 추가 감축이다. 2015년 기준 중국 전체 생산량 중 5.9%를 차지한 중국 허베이성은 연간 조강 생산능력을 1562만톤 감축하기로 밝혔다. 산둥성도 조강능력을 280만톤, 텐진성도 연간 제강설비 180만톤을 감축키로 밝혔다. 이미 지방 양회에서 설비 감축이 논의된 만큼 전국단위 양회에서도 철강 설비 감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당국 노력도 설비 감축 가속에 무게를 싣는다. 17일 중국 철강매체 마이스틸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품질감독검험검역총국 ▲공업정보화부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등 5개 중앙 부처는 철강 감산정책 실현방안 정책에 합의했다. 노후설비를 감축하고 설비 폐쇄에도 가속도를 더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철강 공급과잉이 해소된 데에는 양회 역할이 컸다. 지난해 양회에선 ‘공급개혁’이 논의됐다. 과잉공급 해소를 골자로 한 산업발전로드맵 ‘중국제조2025’를 발표한다. 중국제조2025에는 철강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이었다. 조강(쇳물) 생산능력이 연간 12억톤에 이르는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1억톤~1억5000만톤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생산이 줄면 국내 철강업계에도 꽃이 필 전망이다. 2015년 기준 한국에 수입된 철강 중 40% 가량이 중국산이었다. 중국이 설비 가동률을 줄여나가면서 이어진 공급과잉 해소국면이 올해도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양회에서는 각 성별로 진행한 설비 감축 성과를 점검하고 모자라다면 설비 감축에 속도를 더 낼 거라 본다”며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도 철강수요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이 주는 데 수요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며 “중국이 끌어내린 철강 가격도 조금씩 정상화될거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