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올해 아날로그 종료 시범사업…콘텐츠 업계는 저가 상품 계획 반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7년 4분기까지 케이블 아날로그 방송 종료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여전히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고 있는 약 300만 가입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부는 27일 케이블 방송(SO)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디지털 전환을 안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 정책과장은 28일 열린 공청회에서 “향후 아날로그 종료에 대한 안내 방법이나 누구를 대상으로 안내나 지원을 할 것인지 가이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2012년 12월 30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계기로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은 고화질(HD) 디지털 신호로 깨끗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방향 통신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방송 서비스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아날로그 종료로 생기는 유휴 주파수 대역을 신기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양재용 CJ헬로비전 이사는 “아날로그 종료 시 산업적 측면에서는 주파수 효율성이 개선돼 시청자 혜택이 배가되고 시장 전반이 동반성장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회수된 주파수로 화질을 개선하고 초고화질(UHD) 화질을 제공하는 등 차세대 방송기술로 국민 생활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유료방송발전방안’ 중 하나로서 케이블 아날로그 종료 계획을 밝히고 케이블 사업자와 협력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27일 공개된 자료는 당시 발표의 후속조치를 위한 것이다. 이미 정부와 업계 노력에 따라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2918만명 중 87%가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수신하고 있다.
이 중 위성과 IPTV(인터넷프로토콜TV)를 제외한 케이블 가입자로만 따지면 이 비율은 74%로 줄어든다. 미래부가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날로그 서비스를 수신하는 가입자는 36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16년 상반기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업계에선 현재 아날로그 가입자는 3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가입자들이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가입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단말기나 비가입 시청자들도 있다. 한 집에서 두 개 TV로 케이블을 시청하거나 다가구 주택에서 케이블TV를 보는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TV는 매달 4000원대에서 1만원을 넘지 않는 아날로그 서비스에 비해 고가인데다 셋톱박스 등 장치를 작동시켜야 하는 등 일부 계층에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지상파 디지털 전환 당시 디지털 TV 수상기나 무료 컨버터 셋톱 지원 대상이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했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가구들도 현재 케이블 아날로그 가입자에 포함된다.
이에 미래부는 2014년 8VSB 서비스를 허용했다. 8VSB는 디지털 TV 보유 가정의 경우 별도 전환 기기가 없어도 아날로그 TV로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기 위해 8VSB 서비스를 보급해왔다. 이 때문에 8VSB 서비스 대부분은 디지털 방송과 달리 기존 아날로그 서비스 채널 수를 전송하는 대신 아날로그 방송 요금과 비슷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아날로그 가입자들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부는 올해 2분기부터 아날로그 종료 시범사업을 지원하고 3분기까지 평가를 거칠 계획을 밝혔다. 시범사업으로서 케이블 사업자는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가입자에게 컨버터를 제공한다. 컨버터는 가입자 당 1대가 공급된다.
가입자가 아니어도 주택 내 배선을 통해 방송을 시청했던 가구나 세컨드(Second) TV 시청자들에 대해서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알리고 디지털TV나 컨버터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8VSB 가입 가구의 경우 디지털 TV나 컨버터가 있으면 정상적으로 지상파 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컨버터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들은 세컨드 TV를 위해 추가 단자를 구매할 경우 30~40% 요금할인이나 무료 컨버터를 제공받는다.
공동수신설비를 통해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 선로 중 하나로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미가입한 TV로는 지상파 방송조차 시청할 수 없다. 이에 미래부는 공동 컨버터 설치나 케이블 선로에 지상파 신호를 넣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발표된 지원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아날로그 시청 가구라고 모두 취약계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나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 같은 저가 상품이 방송 산업 생태계를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SO업계와 지상파는 지상파 재송신료(CPS)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도 디지털 서비스처럼 가입자 수에 따라 지상파 재송신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스키니 번들은 디지털 수신 방식의 하나인 쾀(QUAM) 서비스를 제공하되 지상파 등 최소 채널만을 포함하는 저가 상품이다. 미래부는 디지털 저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8VSB의 경쟁 서비스로 스키니 번들이 출시되도록 유도하려 하고 있다.
신홍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8VSB 가구에는 CPS를 받지 말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중 디지털TV가 있는 사람에게는 사회복지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8VSB에도 재송신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가격 상승 요인으로 해서 아날로그 가입자가 자연스럽게 디지털 서비스로 옮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훈 MBC 매체전략 부장은 “전 국민에게 디지털 방송을 제공하자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까지 정책이 저가 요금으로 케이블 가입자를 유지하는 방어적 목적이 강했다”면서 “정부가 8VSB를 아날로그와 같은 요금으로 허가해주면서 스키니 번들 같은 또다른 저가 상품을 허가해준다면 유료방송 생태계에서 저가 유치 경쟁을 막기 위해 요금 승인제를 도입한다는 정책과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태계 선순환도 큰 관점에서 보고 요금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