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하이투자·SK·골든브릿지 등…업황 부진에 우발채무 충당금 도입 부담
국내 증권업계가 중형사를 중심으로 올해도 업계 재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중형 증권사가 매각을 진행중이거나 매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형 증권사의 투자매력에는 여전히 제한 요소가 많다는 점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예비입찰을 마감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전에 총 9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매각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베트스투자증권은 지난 2012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최근 증권 업계 재편 분위기에서 중형사는 지속적으로 매물로 이름을 올렸다. 일부 증권사는 벌써 주인이 바뀌었고 일부는 여전히 매각을 진행중이다. 지난 2015년 매각된 LIG투자증권은 올해 1월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하이투자증권은 매각 작업이 진행중이고 SK증권 역시 매각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사실상 인수 의지를 갖춘 원매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자구안에 따라 올해 내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란 계획이다.
SK증권도 매각이 유력하다. SK증권은 모회사인 ㈜SK가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각이 불가피하다. ㈜SK는 2015년 SK C&C와 합병으로 SK증권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융지주 외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합병으로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 2년간 유예기간을 주는데 ㈜SK에 허용된 기간은 올해 8월까지다.
골든브릿지증권은 2014년 10월 매각을 추진한 이후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매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만 지금까지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한 만큼 매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중형사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수익성에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 26사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SK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 8곳이다. 합병비용이 부각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형사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증권업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순수익은 전분기대비 크게 저하됐다"며 "작년말 기준 증권사 보유 채권 규모가 166조원임을 감안하면 금리 변동성 확대는 올해도 증권사 수익성 저하 요소"라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의무화되는 우발채무 충담금도 부담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모든 증권사는 일반 여신은 물론 정상 등급 우발채무에도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은행권과 달리 증권사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았다.
증권사 우발채무는 지난 2015년말 24조2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우려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했으나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증권사 우발채무는 23조원 수준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충당금 적립 효과는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로 A등급 증권사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