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우선하다보니 감독과 소비자보호 뒷전"…대선 정국서 금융위 개편론 부상 조짐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 연찬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과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관치금융 문제 지적을 받아온 금융당국의 감독체계 개편 요구가 높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두 의원과 최운열 의원은 각각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발의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도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학영 의원은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심화, 기재부(국제금융)와 금융위(국내금융)로 정부 조직 이원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정무위 의원실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과 학계 관계자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으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금융감독 업무를 하는 금융감독원이 있지만 사실상 금융위원회 영향력 안에 있다. 금융산업정책이 감독업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가계부채 확대,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관치금융에 따른 국가 위험 관리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축은행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 금융소비자 보호도 부실했다. 정부의 금융산업 성장이 소비자 보호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28일 국회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모색 토론회에서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경기침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치 금융에 따른 기업구조조정도 부실해 실업자가 양산됐다"며 "이는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업무가 혼합돼 견제와 균형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는 2008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가 조직했다. 금감위사무국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합쳐 금융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때부터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이 혼합됐다.

윤 교수는 "그동안 금융산업정책이 감독업무를 지배한 것이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부실 등 위험을 키웠다.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정책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기능을 감독기구로 옮겨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을 통합해야 한다. 감독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해체를 통해 금융정책과 감독 업무를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야당 의원과 금융전문가 사이에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다. 2013년 학자와 금융전문가 143인은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방향으로 금융위 해체, 민간 감독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은 "금융산업정책과 감독 업무의 분리가 필요하다"며 "다만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을 조정하는 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금융위 해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한다고 해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위 해체 의견에 물론 반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업무 분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정치권 논의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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