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석탄화력발전, 공적금융의 역할’ 세미나…“사모펀드 유입으로 경제 타격” 반론도

당진 송전선로·석탄화력 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지난해 7월 1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당진에코파워 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온난화 등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해 공적 금융자본의 움직임을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신규화력발전소에 자금을 대는 통로를 막아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자고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빈틈을 사모펀드가 채울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주최한 석탄화력발전, 공적금융의 역할세미나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위해 공적금융이 석탄화력발전 분야에 한 자본 투자를 철수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용은 발전사업자가 스스로 조달하기엔 버겁다. 500석탄화력발전소 터빈 2기를 짓는데 필요한 금액은 2~3조원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신규발전소 건설비용을 조달해 왔다. 민간 발전사업자는 금융사를 통한 공동대출로 자금을 모아왔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이 건설된 한전 발전자회사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13기다. 총 회사채 발행 금액은 121671억원이다. 기후솔루션과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체 회사채 중 14.81%1854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보유한 회사채를 합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민간 발전사업자 큰손은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이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민간발전사업자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금융 주선’ 역할을 해왔다. 금융 주선은 공동대출에 있어 대출자를 모집하고 그 대가로 전체 프로젝트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주선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동해 북평 발전소 공동대출금액 15500억원을 주선했다. 민간은행인 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 함께 고성 하이발전소 건설자금 43400억원을 공동대출 금융주선자로 나섰다. 또 국민은행은 강릉 안인 발전소 대출액 45000억원 금융주선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력발전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한전 발전자회사의 높은 신용등급과 민간 발전사가 미래에 거둬들일 수익 덕이다. 현재 한전 발전자회사 평균 신용등급은 ‘AA+’. 이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연기금 투자자가 몰린다. 전기 판매 수익은 더 안정적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주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대표는 공적 금융기관 운용관련 규정을 개정해 석탄화력발전회사 투자를 막아야 한다화력발전소 추가 건설비용을 대는 창구부터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제시한 방안은 정부가 한전 또는 한전 발전자회사 채무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전력공사법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김 대표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가 부채를 갚아준다는 기대 탓에 신용등급이 실제보다 더 높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15년 발간한 공기업 부채와 도덕적 해이보고서에서 공기업 평균 신용등급을 A0로 측정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과 노르웨이 정부연금처럼 화력석탄에서 이익을 거두는 기업 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금이 화력발전에서 빠지면 다른 자본이 빈자리를 메울 경우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석탄화력발전은 매력적인 인프라 사업으로 연기금이 자금을 회수한다면 해외사모펀드가 달려들게 뻔하다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 확대를 위해 설비를 늘리거나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반문했다.

 

원 조사관은 석탄화력발전을 일본처럼 고비용·저수익 사업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절약법 고시를 바꿔 신규 건축하거나 재건축하는 화력발전소 설비 기준을 높였고 석탄연료 발전효율 기준도 까다롭게 만드는 규제를 도입했다. 원 조사관은 투자자는 이익이 감소하면 투자를 줄이거나 다른 투자로 전환한다투자자로 하여금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