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양면게임론 주장…“국론모아 해결해야”
한국경제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위기를 맞았다. 한한령 등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 탓에 중국수출이 대폭 감소했고,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있다. 위기의 한국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면게임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양면게임은 자국내 입법이나 의회, 여론의 이견을 지렛대 삼아 외국과 협상에서 자국 이익을 효율적으로 관철시키는 방법이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가 22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양면게임론을 제시하면서 사드배치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중, 진의 숨기고 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미국 양측이 모두 양면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양국 모두 자국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드문제의 핵심은 미중 패권다툼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1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보복조치는 중국 정부가 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일보와 인민일보, 환구시보는 연일 사드배치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싣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산업에 종사하는 양아무개씨는 지난 12월 기자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한령 조치가 한단계 내려갔다”면서 “한한령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한국에서 중국인 유커를 상대로 관광업을 하는 임아무개씨는 “출국비자심사가 까다로워져 유커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소기업 중앙회에 따르면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중국 수출액이 44.0% 감소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핵을 견제하고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드배치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간 패권다툼”이라면서 “미국이 북핵을 내세우고 중국이 자국 안보를 내세우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거나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유웅조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조처) 조사관은 “사드배치시 중국은 대외적으로 미국에 밀리는 것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 입장에선 배치여부를 떠나 미국의 패권다툼에서 지는 게 싫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론 통해 해결해야”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이 위험에 처한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 양쪽이 진의를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배치를 단행하거나 철회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중국은 사드보복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드배치 신중론을 얘기한다. 유 조사관은 “어느 쪽이든 선택하면 한국이 외교적으로 굽히고 들어가게 돼 손해”라면서 “외교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재협상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반발이 많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을 어필하기만 해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꾸로 미국이나 중국 쪽에 대안을 제시해보라고 하는 등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엽 교수는 “사드배치 결정과정에서 국민에게 설명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설명을 통해 국론을 모으고, 국론을 통해 양국을 설득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도 “사드배치 결정과정은 일반 상식으로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근시안적이고 졸속적인 것이었다”고 동의했다. 또한 “이 결정이 국가에 많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미국과 합의한 내용은 지켜지는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다. 다만 변수가 많은 만큼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중히 집행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