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협찬·기업 초청은 기본…"광고로 억 대 수익"

왕홍들이 20일 한국 기업 초청 마케팅 행사에 참석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권태현 시사저널e 영상 기자

중국 왕홍(网红)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왕홍을 빼고는 마케팅을 논할 수 없게 됐다. 왕홍의 왕(网)은 인터넷이라는 뜻, 홍(红)은 뜨거운 인기라는 뜻으로 왕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다수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팔로워 수가 많다보니 한국기업들은 자사 제품 등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표, 숙박, 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하며 ‘왕홍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왕홍을 초청해 메이크업쇼를 생중계했고 신라면세점은 왕홍들만 모집해 면세점을 홍보하는 신라따카(新罗大咖·신라달인)를 기수제로 운영중이다.


기자는 지난 20일, 기업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왕홍들을 취재했다. 기자는 이들이 기업초청으로 한국에 오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왕홍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들어봤다.


행사의 첫 일정은 사진찍기다. 왕홍들은 업체가 준비한 제품 판넬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개인 SNS에 올려야 한다. 사진찍기를 마치고 나서야 왕홍들은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뷰티클래스가 진행되는 행사장 책상위에는 업체가 홍보를 위해 준비해놓은 화장품이 가득했다. 왕홍들은 책상 위에 놓인 화장품을 마음껏 사용해볼 수 있다.


행사 생중계를 위해 개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한 왕홍을 발견했다. 30만 명의 웨이보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자오페이윈(赵飞云·닉네임 dodolook)씨. 지난해 롯데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행사 시작 전이지만 그는 일찌감치 생중계를 시작했다. 자오페이윈 씨뿐만 아니라 다른 왕홍들도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 카메라, 삼각대, 셀카봉 등을 꺼냈다. 익숙한 듯 촬영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기업의 초청을 받으면 하는 일은 비슷하다. 업체 홍보를 위한 사진을 찍어 본인 계정 SNS에 게시하거나 일정 중 일부분을 생중계해 팔로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업체측에서 이를 요청하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댓글과 ‘좋아요’수가 많은 순서) 왕홍에게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업체는 일정을 생중계하는 왕홍에게 중계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팔로워들이 왕홍의 생중계를 시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왕홍들은 제품 협찬도 많이 받는다. 각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을 왕홍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이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SNS에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기자가 만나본 왕홍들은 제공받은 제품을 꼭 사용해보고 솔직한 후기를 올린다고 말했다. 닉네임 미키의 약속(米奇的诺言)으로 활동하는 한 왕홍은 “업체가 제공한 멘트나 사진으로 제품 후기를 올리면 팬들이 다 알 것”이라며 “제품을 다 써보고 상세한 후기를 올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솔직하고 상세한 후기덕인지 그의 팔로워 수는 60만 명이 넘는다.


왕홍은 초청과 협찬뿐만 아니라 광고촬영, 별풍선(생방송 도중 팬들이 보내주는 현금성 아이템)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많이 버는 왕홍은 한 해 1000만 위안(약 16억원)이상도 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생활에 만족을 느끼는 왕홍들이 많다. 2년 만에 20만 명의 팔로우를 거느리게 된 천리우씨(陈柳溪·닉네임 Olivia)씨는 "직장인들보다 돈을 많이 벌고 생활이 자유로운 것이 왕홍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왕홍의 수와 왕홍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가 증가하자 중국에선 이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몇 백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왕홍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씨에리밍(谢利明·41) 대표는 2년 전 왕홍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레드인 왕홍왕(red in 网红网)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에는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왕홍부터 왕홍이 되기 위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사람까지 6000명 넘는 사람이 소속되어 있다.


회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왕홍을 관리하는 일이다. 활동 일정을 잡아 왕홍에게 월 단위, 주 단위로 알려준다. 왕홍이 되고 싶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생방송 할 때의 주의사항이나 몸매관리법 등을 알려준다. 회사가 하는 두 번째 일은 중국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왕홍을 활용해 기업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씨에리밍 대표는 앞으로도 왕홍 시장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휴대전화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왕홍)의 글을 보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며 “매체를 대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변화하는 것을 고려해볼 때 미래 왕홍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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