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사장들 BU 부문장으로 이동…빈자리는 신진 세대로 채워
롯데그룹이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 부문(BU·business unit)의 수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선을 마무리하며 조직 개편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틀을 마련했다. 비대화된 그룹내 컨트롤타워를 축소하고 BU장과 계열사 대표의 책임 경영 강화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23일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롯데건설 등 관광 ․ 건설 및 기타 사업부문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롯데그룹은 이 이사회를 끝으로 4개 사업 부문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선을 통해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그룹의 지주사 전환 등 주요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 몸집 줄인 롯데의 컨트롤타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축소’다. 이번 롯데 임원인사에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하나였던 정책본부 조직축소 및 재편,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기존의 정책본부는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두 축으로 나뉘게 된다. 기존에 7실, 17팀, 20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되었던 정책본부가 4개 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된다. 총 인원도 140여명으로 축소됐다. 기존의 70% 수준이다.
경영혁신실은 그룹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조직 개편 후 첫 경영혁신실장으로는 황각규 사장이 선임됐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후 1995년부터 그룹에서 신규 사업 및 M&A, 해외사업을 담당했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적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외협력단의 소진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한다. 롯데그룹은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게 됐다.
◇ 사업별 BU장을 통한 책임경영 강화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BU신설을 통해 관계 계열사들 간 시너지를 높이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93개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제조 △호텔·서비스 네 개 부문(비즈니스유닛·BU)체제로 개편했다. 계열사 간 연관성이 높은 유통과 화학 계열사를 BU체제로 먼저 전환하고 기타 부문들도 차례로 정리해 출범했다.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를 고려해 별도로 관리할 방침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화학 BU장에,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이 식품 BU장에 올랐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유통 BU장에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백화점, 마트, 슈퍼, 시네마, 롭스 사업본부로 구성된 롯데쇼핑과 하이마트,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 유통사의 시너지를 구현하는 중책을 맡는다.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가 호텔 및 기타BU장을 맡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요 임원들이 BU 부문장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계열사 대표 자리에는 내부 승진을 통해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새 대표에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부사장, 호텔롯데와 롯데홈쇼핑 대표에는 각각 김정환 호텔롯데 부사장과 이완신 롯데백화점 전무가 선임됐다.
201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임원은 총 5명이 신임되었으며 5명이 한단계 승진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여성인재육성 정책에 따라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인력을 과감히 발탁하고 있다. 2012년 3명에 불과했던 여성임원은 5년 만에 21명으로 늘었다.
23일을 끝으로 롯데그룹 2017년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올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인원은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가 그룹 전체의 개편 및 혁신안과 맞물려 있는 만큼 신설 및 재편된 조직의 장에게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부여한다”이라고 밝혔다.